운전미 풀풀 넘치는 사람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06

by 정원에

최근 20년 동안 약 1400만 명 넘게 증가를 해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운 사람들이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중 30대가 약 660만 명, 50대가 약 690만 명. 가장 많은 인원은 40대로 약 780만 명. 특히, 최근 10년간은 여성 운전자가 남성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단다.(주1)

_주1> 지표누리 e-나라지표(https://bitl.to/4uXC)


대부분의 현대적인 도시들은 자그마한 항구에서, 강가 나루터 등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몰리면서 도시화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도시의 면적은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소위 중심지라고 하는 곳에서 외곽으로 외곽으로. 이게 가능했던 게 바로 자동차의 보급이었다.


커지는 도시 때문에 고민한 인간이 자동차를 만들어 더 멀리 더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도시의 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했던 거다. 지금처럼 출퇴근 교통 지옥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역시 자동차의 보급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뭐, 오래전 교과서에서 배운 기본적인 내용이다. 문명은 인류가 발전시킨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발전을 의미한다. 그런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는 사람, 사회 유지를 위해 제 역할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미개인, 야만인의 반대 개념의 문명인이다.

그런데 자동차 성능이 발달하는 만큼 문명인으로서의 아름다움도 향상되고 있는지 문득문득 의심이 든다. 과거에 살았던, 소위 비문명인들보다 훨씬 더 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지금의 현대적인 삶 속에서 말이다.


문명인은 윌리엄 진서가 이야기한 '인간미와 온기'(주2)를 가득히 지니고 있는 현대인들이다. 자기의 온도를 높여 타인의 삶에 은은한 온기를 공유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자신의 삶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타인의 속도와 방향을 방해하지 않은 아름다운 사람들.

_주2>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2023, 돌베개, p.18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제의 시내 교통 상황'이라는 전광판을 가끔 마주치게 된다.

'사망 1명, 부상 39명'

이런 전광판을 만날 때마다 떠오르는 문구가 있다.

'HODIE MIHI CRAS TIBI호다에 미히,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 내일은 당신'(주3)

_주3>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2024, 수호서재, p.79

우린 순서의 차이일 뿐 누구나 반드시 떠나니까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잘 살자는 의미이지 싶다. 이 문구가 나에게는 불쑥불쑥 운전할 때 떠오른다. 열두 살 나이에 석 달 넘게 아저씨(라고 불렀던 어른들과 함께 병실을 쓰면서 목격했던, 들었던 잔상과 소리들의 영향이다. 처참했고, 슬펐고, 불안했던. 지금도 그 누군가에게 속으로 하소연하곤 한다. 어린 나를 왜 어른들의 병실에 같이 있게 했었나 하고.


오토바이를 처음부터 타보려고 시도 조차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이유다. 수 만 번 성공을 해도 단 한 번에 생을 마감할 수도,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신념이 된 이유다. 그 신념은 죽음과 부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다. 인생사 모든 게 기준을 지키지 않은 '속도'에서 비롯된다는 확신이다.

생각하는 속도, 말로 내뱉는 속도, 실천하는 속도등 평소 삶의 속도. 이것들은 내부의 나에게 차곡차곡 쌓아 두는 동안에는 잘 드러나지 않아 바로 당장 타인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물론 최종적으로 사회적 기준이나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속도감을 이겨내지 못할 경우 문제로 드러나긴 하지만.


스물 일곱 때부터 무사고 운전을 하고 있는 저에게 가장 위협적인 게 바로 안전거리 없이 뒤따라오는 차량들이다. 앞지르기 차선이 아니라 주행 차선에서도 말이다. 자신의 속도를 타인에게 맞추도록 강요하는 폭력적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타인이 아니라 타인의 삶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임은 자명하다. 누구나 정해진 틀속에서 자신의 속도와 방향을 유지할 자유를 송두리째 흔드는 거다. 자가운전만큼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영역이 일정시간 동안 밀접하게 연결된 인간의 행위도 없다.


채 몇 미리밖에 되지 않은 두께를 경계로 나와 타인이 철저하게 나뉘어 있지만 미세한 발목의 움직임, 손목이 돌아가는 방향, 정말 찰나의 순간에 내려왔다 올라가는 눈꺼풀, 자그마한 돌멩이 하나라도, 길거리 야생동물 하나에도 위험하다.

하지만 인간미와 온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운전자들을 만날 때도 있다. 자기 방향을 일정하게 잡아 이리저리 헤매지 않는다. 소리도 빛도 발산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허용한다. 가벼운 눈짓과 손짓으로 먼저 가라, 고맙다 연신 타인과의 소통에 집중한다.


그들은


자기 속도를 강요하지 말자


라는 문구를 차 안팎으로 붙이고 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마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손가락을 핸들에 튕기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듯 온화한 표정의 운전자들이다.


그들을 보면 온기가 느껴진다. 당장 따라 배워야지 다짐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다.


문명인이 지닌 수많은 아름다움 중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운전미가 아닐까 하고.

인간에게서 느낄 수 있는 품격이 그렇듯이 운전의 품격 역시 비싸고 멋지고 튼튼하고 새까 많게 가려진 자동차에서만 풍기지는 않는다. 운전미는 우리가 운전대를 놓을 수밖에 없을 때까지 잃지 말아야 할 품위다. 나도 남도 안전하게 지켜내고 편리하게 살아낼 수 있도록 만드는 아름다움이니까.



[ 알림 ] _ 8월 23일 [ 위대한 시간 2 ]에 작가와 독자를 초대합니다!!

@일정 : 2025. 8. 23(토) 13:00-17:00 (1차 -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2025. 8. 30(토) 17:00-19:00 (2차 - 온라인)

https://guhnyulwon.wixsite.com/my-site-2


@참여방법 : 참가비(1,2차 모두 합쳐 3만 원). 아래 신청링크 클릭

@신청링크 : https://forms.gle/3xgDsqr5VYCuQfpRA

@장소 및 신청기한은 따로 명시하지 않겠습니다.(지난 1월이 경우 너무 많이 모이셔서 부득이하게 온라인으로 참여를 유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신청기한은 선착순으로 100분까지만 오프라인, 그 이후는 온라인으로 참여하실 수 있으며 장소도 인원에 따라 변경될 수 있기에 '서울'이라는 것만 알려드리고 차후 공지하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ji_da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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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로 7월 28일부터 30일 연속 글쓰기 중입니다. 30일 뒤에 한 권의 초고를 완성하려는 도전입니다. 그러는 동안 기존 라이팅 레시피는 잠시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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