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도로에서 이동 중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차 고장. 어쩔 줄 몰라하던 몸과 마음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보들보들한 좌석 덕분에 조금씩 풀려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편하지 않았다. 고장 난 차를 싣고 가는 동안, 세 시간 가까이 동행한 ‘어부바 기사님’의 표정이 자주 흐려졌기 때문이다.
"계속 시간이 밀리네요. “
그는 내게 말을 걸 듯, 자기 자신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흔들거리며 버티듯 서 있는 휴대폰을 자꾸 들여다보면서.
기사님은 1억이 넘는 전자동 트럭을 60개월 할부로 구입해 보험사 소속의 견인차 일을 시작한 지 1년 조금 넘었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던 지난 5년을 뒤로하고, 출퇴근 반복에 지쳐 모험을 택했던 젊은 날의 선택.
그는 주문을 외듯 말했다. 매달 180만 원의 할부금, 200만 원의 연료비, 20%의 콜센터 수수료. "고정비만 450은 나가요. 그래서 후회되기도 하죠. “
자조섞인 미소가 그의 입가에 번졌지만 가볍지 않았다. 나는 묻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듣고 싶었다. 그의 이야기는 동생과도 꼭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6시 반. 다행히 정비소 영업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는 차선을 막고 조심스레 내 차를 내려주었다. 아내가 비용을 보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러는 사이 몰려드는 차량 사이에서 어부바 기사와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깊은 목례를 하는 동안 짧은 기도를 했다. '매일 안녕하시길!'
“사장님, 이건 오일펌프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정비소 기사님은 엔진 소리를 귀로 들으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이어서 단자를 뺐다 끼우고, 절연 테이프를 풀었다 감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라졌어요. 경고등이요.”
오일 센서도, 펌프도 이상 없었다. 단순한 계기판 오작동이었다. 어쩌면 100만 원이 훌쩍 넘게 들 뻔한 고장이었지만, 결제는 3만 3천 원. 나는 오늘 진짜 ‘어부바’를 두 번 받은 셈이었다.
집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자 딸아이가 내게 안겼다. 아내는 식지 않은 떡볶이를 내밀었다. 하루를 되짚으며 문득 생각했다.
오늘 나는 네 명의 전문가를 만났고, 그중 세 사람은 자기 일을 양심으로 대했다. 앞으로도 세 명 중 한 명꼴 정도라면 아주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위기 속에 있거나, 막 위기에서 빠져나왔거나, 평온한 나날이 언제 다시 위기가 될지 모르는 상태 속에서 살아왔다.
이 세 가지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늘 겹치거나 이어져 있었다. 사람마다 위기를 느끼는 기준도 다르겠지만, 돌이켜보면 삶은 늘 이 셋 사이를 오가는 반복이었다.
그래서 그런 말이 익숙해졌는지 모른다. “위기는 기회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그 말은 남의 위기가 나의 기회라는 뜻이 아니라, 이전 위기보다는 덜한 위기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 아닐까.
위기를 겪은 뒤에 우리 곁에 남는 건 결국 ‘어부바’한 기억들이다. 누군가가 나를 업어주었거나, 내가 누군가를 업어주었거나. 땀 냄새, 살 냄새, 사람 냄새가 함께했던 시간. 그게 우리가 위기를 넘고, 삶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믿는다. ‘어부바’는 기술이 아니라 공감의 이름이고, 지탱이 아니라 기대는 법을 배우는 방식이라고. 매일 누군가의 등에 잠깐이라도 업힐 수 있다면, 또는 누군가를 내 등에 올릴 수 있다면, 그 하루는 분명, 가장 건강하고 따뜻한 날일 것이다.
[ 알림 ] _ 8월 23일 [ 위대한 시간 2 ]에 작가와 독자를 초대합니다!!
@일정 : 2025. 8. 23(토) 13:00-17:00 (1차 -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2025. 8. 30(토) 17:00-19:00 (2차 - 온라인)
@참여방법 : 참가비(1,2차 모두 합쳐 3만 원). 아래 신청링크 클릭
@장소 및 신청기한은 따로 명시하지 않겠습니다.(지난 1월이 경우 너무 많이 모이셔서 부득이하게 온라인으로 참여를 유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신청기한은 선착순으로 100분까지만 오프라인, 그 이후는 온라인으로 참여하실 수 있으며 장소도 인원에 따라 변경될 수 있기에 '서울'이라는 것만 알려드리고 차후 공지하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ji_dam_
@브런치북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로 7월 28일부터 30일 연속 글쓰기 중입니다. 30일 뒤에 한 권의 초고를 완성하려는 도전입니다. 그러는 동안 기존 라이팅 레시피는 잠시 멈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