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는 단호한 직선의 삶의 은유다. 정해진 틀 안에서 단단하게 얼려져 나온다.
네모나거나 동그란, 명확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딱딱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떨어진다. 고정된 존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종류도, 맛도 몇 가지 없(었)다. 덕분에 선택이 쉽다. 이것이나, 저것이나 딱히 애쓰지 않는다. 가질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마치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가 낡아버린 신념을 많이 닮았다.
아이스크림은 '부드러운 곡선의 삶'을 상징한다. 뜰 때마다 모양이 달라진다. 종류도, 맛도, 모양도 넘쳐난다. 다양한 맛과 토핑이 한데 섞여 복합적인 풍미를 뽐낸다. 덕분에 선택이 더 쉽다. 과거의 선택에 연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것도 녹으면 단박에 형태를 바꾼다. 선을 긋지 않고 서로에게 뒤섞인다.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마치 삶의 모순과 예측 불가능성을 너그럽게 포용하라는 지침 같다.
하드는 손에 쥔 순간부터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줄줄 흘러내려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일깨운다. 그래서 하드를 먹는다는 건,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스크림은 순간에만 존재한다. 한입 베어 물 때마다 모양이 달라지고, 금세 흘러내려 버린다. 이는 더 달콤할수록 더 빨리 흘러내린다는 숙명을 경고한다.
하드는 확실한 증거를 남긴다. 달콤함과 시원함이라는 감각적 쾌락은 사라졌지만 막대는 남는 것이다. 하지만 막대가 하드를 붙들었는지, 하드가 막대를 받아주었는가는 언제나 모호하다.
분명한 건 막대는 ‘개인’의 영역을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자기 방식대로 온전히 즐기는 고립된 개인을. 그러면서 동시에 삶이란 명확한 선택의 연속이며, 유한하기에 더욱 소중한 순간에 집중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원하는 만큼 떠서 원하는 토핑과 섞어 먹는다. 이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과 닮았다. 정해진 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나만의 조합을 만들고 음미하게 한다.
곧, 삶의 풍요로움을 직접 창조해 나가는 모습을 상징한다. 여러 명이 함께 나눠 먹을 수도 있고, 녹으면서 주변과 섞여 물든다. 이는 타자와 관계 맺고 융합되는 존재로서의 개인을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하드처럼 버티며 살아야 하지만,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드는 순간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https://blog.naver.com/ji_dam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