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버지

[ 언어와 나의 세계 ] 59

by 정원에

'아빠'

나란 존재의 근원적 자아self가 세상과 처음 만나는 한 방울의 잉크와 같다. 다른 것과 섞이기 전, 즉 사회적 의미가 부여되기 전의 순수한 나를 나타내는 색깔이자 농도다.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 나의 셀프는 '따뜻함', '안전함'이라는 원초적 감각으로 정의된다. 이는 잉크가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가장 선명하게 빛나는 그 찰나와 같다. 이 자아는 논리나 구조가 아닌, 체온과 감촉으로 확인되는 '관계적 현존(現存)'이다.


'아버지'

나란 잉크 방울이 종이라는 세계에 스며들어 구조화되고 의미를 갖게 되는 과정이다. 종이의 결을 따라 '번져나가며' 만들어내는 고유한 '패턴(pattern)'이자 '경계(boundary)'다.


경계내 패턴은 셀프가 속한 사회, 가문, 역사 속에서 부여된 다중적 '이름'과 '역할'을 의미한다. 잉크가 그냥 '방울'로 머무르지 않고, 종이에 스며들어 '얼룩'이나 '흔적'으로 고정되듯이, '아버지'는 나의 셀프를 이 세계의 질서 속에 자리매김하게 한다.


사진: Unsplash의Tim Mossholder

결국,

‘아버지’라는 ‘패턴’은 나에게 ‘아빠’라는 ‘잉크 한 방울’처럼 작용한다. 세상이라는 종이 위에서 자신을 끝없이 번져내며, 나라는 존재의 흔적을 남기려 애쓴다.


그러나,

언제나 그만큼 '부족'하고,

언제나 그만큼 '넘'치며,

언제나 그만큼만 내어 주고,

딱 그만큼 더 앞서 걷는다.


그 한 방울의 잉크는,

나와 세상 사이에 놓인 미세한 ‘틈’을 메우는 다리이자, 나의 색이 흐려질 때마다 다시 선명하게 물들이는, 나의 셀프다.

뒤돌아 보면,

내가 멈칫할 때마다 그의 잉크 한 방울이 나의 선을 다시 그어 주었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처럼, 그 존재는 나의 셀프에 새겨진 이름표다.

하지만

‘아빠’로 만나

‘아버지’와 살다가

다시는 ‘아빠’를 만나지는 못한다.

내가 그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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