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관제사
관제사는 항공기의 이착륙을 직접 지시하고 교통 흐름을 조율하는 능동적 주체다. 하늘을 나는 수많은 비행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충돌하지 않도록 경로를 조정한다. 그래서 ‘엄마’는 직접 비행하지 않아도 모든 비행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그녀는 가족 구성원(항공기)들의 개별적인 스케줄(항로)과 감정 상태(비행 고도, 속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조율한다. 이는 단순히 스케줄 관리를 넘어, 갈등을 중재하고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관계의 조율’이다.
그녀는 늘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로 묻는다. “지금 어디니? 누구랑 같이 있니? 속도는 너무 빠르지 않아? 늘 조심해라”. 그렇게 그녀는 언제나 나를 따라다닌다. 그녀의 자리엔 보이지 않지만, 사랑의 긴장감이 흐른다. 감시의 오감과 관심의 촉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하지만 그녀는 관념적인 걱정에 머물지 않는다. 즉각 행동이다. 그냥 먼저 움직이고 생각은 나중에 한다. 크고 작은 사고는 우유부단한, 어정쩡한 관제사의 잘못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내일이 없는 듯하다. ‘지금, 여기’에서 삶의 문제에 대한 실천적 책임감이 그녀를 살게 한다.
‘아빠’는 관제탑
관제탑은 관제사가 기댈 수 있는 물리적 토대이자, 모든 항공기가 바라보는 방향의 기준이다. 관제탑의 핵심은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이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굳건히 서 있는 탑처럼, 그는 가족에게 정서적·물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안전 기지이다.
관제탑은 공항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 있다. 탑은 움직이지 않는다. 단단히 땅에 뿌리를 내리고, 오직 그 자리에 머무른다. ‘아빠’의 존재는 그런 기둥 같은 상징성을 품는다. 탑은 말이 없지만, 존재 그 자체로 신호를 발한다.
‘저곳에 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행기는 방향을 잃지 않는다. ‘아빠’의 사랑은 말보다 존재로 전해지는 신호의 언어다.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세상을 지탱하고, 서 있음으로써 귀환의 기준점을 제공한다.
그의 존재는 가족 구성원들이 밖에서 어떤 일을 겪든 돌아올 곳이 있다는 신뢰를 준다. 그는 관제사의 역동적인 조율이 가능하도록, 있는 듯 없는 듯 든든한 프레임이 되어준다.
또한, 높은 곳에서 넓게 조망하는 탑의 속성처럼, 당장의 문제보다는 장기적인 방향성이나 가치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늘 이 역할에서 문제가 생기긴 한다.
사진: Unsplash의Vlad Dzodzikov 그렇게,
‘엄마’는 움직이는 자를 향해 말하고, ‘아빠’는 움직이지 않는 자로서 존재한다. 한쪽은 삶의 유연한 조율이고, 다른 한쪽은 존재의 묵직한 축이다.
둘은 각각의 방식으로 아이의 비행을 지켜본다. 한쪽은 소통으로 사랑을 전하고, 한쪽은 침묵으로 방향을 잡아준다.
결국, 아이는 두 사랑의 공역(空域) 속에서 안전하게 비행한다. 하나는 보이지 않는 대화의 사랑, 다른 하나는 보이는 존재의 사랑이다.
그 사이에서 아이는 스스로의 항로를 찾아간다. ‘엄마’의 주파수를 기억하며, ‘아빠’의 탑을 향해 귀항하는 법을 배우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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