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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혜자; 수혜자

[ 언어와 나의 세계 ] 67

by 정원에

감정을 먼저 내주는 사람은 겨울밤, 온도를 키우는 보일러 같다.

관계의 온도는 혼자선 올라가지 않는다. 누군가가 먼저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 시혜자는 그 스위치를 누르는 사람이다.

사소한 기쁨, 깊은 위로, 눈빛 어린 애정.

이런 감정들은 상대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도 반사되어 자신을 따뜻하게 만든다.

즉, 시혜자는 감정 교류에서 정서적 흐름을 먼저 열어젖히는 에너지원이다.



감정을 받는 사람은 주어진 온도를 흡수해 방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공기와 같다.

공기는 스스로 뜨거워지지 못하지만, 온도를 받는 순간 전체 공간의 기운을 바꾼다. 누군가의 따뜻함을 받는 수혜자는 그 감정을 내부에서 다른 감정으로 변환시킨다.


동감, 감탄, 감사.

이런 감정들의 변환은 다시 새로운 형태의 감정으로, 행위로 상대에게 돌려준다.

즉, 수혜자는 감정 교류에서 받은 감정을 의미로 바꿔 다시 순환시키는 확산점이다.

하지만,

감정은 경제가 아니다.

“누가 더 많이 주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온도를 올리고

누가 그 온도를 확장시키는가의 문제다.


감정의 발화점에 선 시혜자,

감정을 확산점에 둔 수혜자.


이 두 역할이 서로를 향해 분주히 나타날 때, 관계의 온도는 안정되고 감정 교류는 끊기지 않는다.


사랑은 유지되고,

우정은 깊어지고,

감사는 순환하고,

마음은 이어진다.


서로를 살리는 감정 교류는

주고받는 직선이 아니라,

두 온도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나선spiral이다.


그 나선위에서 우리는 시혜자이면서 언제나 수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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