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움’은 나의 경험, 지식, 체력, 감정 상태가 만들어낸 상대적 착시다.
이는 세계는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만큼 보인다는 관점의 문제다.
‘어려움’은 존재가 한 번도 다뤄보지 못한 세계와 처음 마주할 때 생기는 실존적 떨림이다.
이 역시 대상의 객관적 난도가 아니라, 나의 준비도·두려움·기대치·과거 경험이 만든 그림자다.
계단을 처음 오를때를 생각해 보면 된다. 높고 낮고의 문제가 아니라 익숙함의 차이일 뿐이다.
결국, 같은 상황(문제)도 어떤 날은 쉽고, 어떤 날은 어렵다.
같은 '나'라도 어떤 시기엔 쉽고, 어떤 상태에서는 어렵다.
인생은 늘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세상의 난이도는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너의 상태다.’
즉, 삶의 기준은 사물이나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있다.
누군가의 “그건 쉬워요”는
사실상 “나는 그걸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누군가의 “내겐 그게 너무 어려워요”는
“내 발이 아직 그 계단을 딛을 힘이 부족해요”라는 고백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세계 안에서 살아가지만,
다른 근력,
다른 상처,
다른 속도,
다른 리듬,
다른 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 “너무 쉬운 일”이 다른 이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쉬움’과 ‘어려움’은 대상의 속성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나의 위치, 태도, 온도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상대적 기준들이다.
그러니,
쉬운 걸 어렵게 한다고 타박하지 말고, 어려운 걸 쉽게 해낸다고 우쭐하지 말라.
함부로 쉬운 것도, 늘 어려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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