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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외로움

[ 언어와 나의 세계 ] 88

by 정원에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기는 스트레스는 사실,

'나'의 영토가 침범당했다는 '경고등'이다.


마치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버스와 같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매일, 매번,

발 디딜 틈 없이 꽉 붙어 있으면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그것은 상대방이 싫어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숨 쉴 '물리적, 심리적 공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흔히 ‘저 사람이 나를 괴롭힌다’라고 착각하지만,

진실은 단지,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느껴질 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안전거리 확보’다.

앞뒤차와의 안전거리, 갤러리 벽면의 그림을 돋보이게 하는 여백처럼!


반면, 외로움은

타인의 부재가 만든 ‘텅 빈 거실’과 같다.


늘 거기에 홀로 앉아

누군가 비밀문을 열고 들어와 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상태.

문밖만 하염없이 바라보니 방 안의 공기는 차갑고, 마음은 더욱 시려온다.



결국 인간관계는 ‘불(Fire)’을 다루는 기술과 같다.


스트레스가 넘 가까워 살이 데일 듯한 뜨거움이라면,

불이 꺼진 뒤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가 외로움이다.


사람 때문에 못 살겠고,

사람 덕분에 살맛이 난다!



그러니, 타인은 '불'이다.

너무 가까우면 데이고, 너무 멀면 얼게 만든다.


스트레스는 지금 너무 뜨거우니

한 걸음 물러서라는 신호이고,

외로움은 지금 너무 추우니

한 걸음 다가가라는 신호다.


종종 이 두 감정을 불행이라 여기지만,

사실 이것들은 서로의 적절한 위치를 알려주는 정직한 나침반이다.

그러니 문을 꽉 닫아걸고 숨 막혀하지도, 활짝 열어두고 떨지도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온기가 따스하게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내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나만의 쾌적한 온도’를 찾는 일이다.


그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스트레스와 외로움이라는 시계추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최고의 온도는

'따뜻함을 잃지 않는 차가움, 화상을 입히지 않는 뜨거움'이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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