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고 따뜻하게

[ 아빠의 유산 ] 54

by 정원에

아이야,


어제부터 2주간의 크리스마스 휴가라고 했지? 황금같은 시간이겠구나. 그간 고생했으니, 푹 쉬면서 '너'를 만끽해 보거라. 이번주는, 아빠가 다시 눈시울이 붉어진 레프 톨스토이의 다음 문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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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살면 살수록 이보다 더 지키기 어려운 진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아빠는 너에게 값비싼 보석이나 두꺼운 통장을 물려주기보다는, 험한 세상을 흔들림 없이 건너갈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 즉 ‘인생의 내공’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으니까!


아주 자주,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걱정 때문에 혹은 이미 지나간 어제의 후회 때문에 어둠 속을 헤매곤 해. 하지만 어둠 속에 있는 과거나 미래는 우리가 손댈 수 없는 영역이야.


인생을 거대한 연극 무대라고 상상해 보렴. 이 무대의 조명은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을 비추고 있어. 우리가 무대 위에서 연기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조명이 비추고 있는 ‘지금’뿐.


아빠가 말한 내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야. 내 마음의 시계를 ‘지금’에 맞추는 능력이지. 밥을 먹을 때는 온전히 밥맛을 느끼고, 길을 걸을 때는 발바닥에 닿는 땅의 감촉을 느끼는 것. 그 단순한 집중이 모여 너의 삶을 단단하게 만든단다.

요즘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 속의 먼 타인에게는 친절하면서, 정작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소홀하기 쉽지.


아빠는 네가 ‘사람을 여행하는 탐험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네 눈앞에 있는 친구, 선생님, 혹은 가족이 바로 네가 탐험해야 할 가장 위대하고 신비로운 우주란다.

아무리 대단한 위인이라도 지금 네 곁에 없다면, 현재의 너에게는 힘이 되어줄 수 없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지금 너와 눈을 맞추고 숨을 나누는 그 사람이란다. 그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얻는 최고의 기술이자 지혜란다.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과 함께 선(善)을 행하는 것’이라는 말은 어렵게 들릴 수 있어. 하지만 이건 작은 친절이라는 벽돌을 쌓는 것과 같단다.

거창한 희생을 말하는 게 아니야. 함께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들어주는 것, 지친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것.


이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튼튼한 관계의 집을 짓는 거야. 사랑과 선행은 머릿속에 있는 명사가 아니라, 손발을 움직여 행하는 동사여야 한단다.



아이야,

이 세 가지를 실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세상은 끊임없이 너에게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해라”, “더 중요한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라고 속삭일 테니까.

그럴 때마다 이 편지를 떠올려 주렴.


먼 산을 보다가

발밑의 꽃을 밟지 않기를,



내일의 비를 걱정하느라

오늘의 햇살을 놓치지 않기를,



스쳐 가는 인연에 눈이 팔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외롭게 하지 않기를.




인생은 ‘나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이어지는 ‘지금’을 사는 것이란다. 이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가 너의 삶에 스며들어, 네가 누구보다 단단하고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아빠는 간절히 바란다.



지금,

이 순간,

너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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