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바람개비

[ 내마음 사전 ] 124

by 정원에

찬 바람이 분다.


내 머리칼을 원없이 날리면서 저 꼭대기에 매달린 바람개비를 돌린다.

정신없이 도는 바람개비 안에서 무지개가 반짝인다.


꿈만 같다.


바람만 불어도 저렇게 신이 난 때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바람개비와 무지개 사이를 원없이 이어주던,

연을 날리면서 자주 새가 되었던 그때.


그때부터 어쩌면 삶은

손에 바람개비를 쥐고

눈으로 무지개를 쫒는 여정이었을지 모른다.

이 다리를 달려 건너면, 이 곳만 잘 건너면, 이번만 잘 넘어가면 그곳에 가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 생각덕에 언제나 손에 쥔 현실이 아무리 거칠게 흔들려도

시선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또 하게 된다.



바람이 참 고맙다.

찬 바람이 생을 뒤흔들어 참 고맙다.

바람개비는 어설픈 역풍에서는 가냘프게 찢어질듯한 날개들이 선으로 살아나고, 어느 순간 점이 되질 못한다, 빈틈없는 하나의 면이 되질 못한다.



저 찬란한 무지개는 어떤가.

무지개가 처절하게 눈부신 이유는 비바람을 제대로 맞았기 때문이다.


바람개비와는 달리 철저한 고요함속에서 피어나는 물방울의 꽃들이다. 땅에 뿌리내리지 않고도 피어나는 가장 거대한 물빛 환영(幻影)이다.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이 다리위에서 바람개비도, 무지개도 말한다. 아주 멀어진 이상(理想)이라도 오늘 내 손안의 바람을 외면하진 말아야 한다고!


발은 진흙탕 속에서 치열하게 바람을 가르면서도 눈동자에는 찬란한 일곱 빛깔을 담고 있는 게 삶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시시때때로 바람개비가 되었다가 무지개가 되었다 한다. 그렇게 ‘나’를 흔드는 모든 것은 ‘나’를 무너뜨리는 힘이 아니라, 완성시키는 에너지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가장 아름다운 빛과 가장 힘찬 회전은, 언제나 가장 혹독한 날씨가 선물하는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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