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 운동

[ 내마음 사전 ] 123

by 정원에

새해다. ‘운동’을 하겠다 다짐한다.

이 말의 진심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새로고침 되는 화면 속에서, 손가락과 시신경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는다. 뇌는 쏟아지는 정보를 판단하느라 과부하에 걸려 있고, 감정은 타인의 반응에 쉴 새 없이 기분을 탄다.


이토록 분주한데, 역설적이게도 삶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것은 ‘활동’이 아니라 ‘신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자리에서 떨고 있는, 혼잣말의 소음 덩어리일 뿐이다.


진정한 ‘운동’은 이 가짜 움직임을 완벽하게 ‘정지’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원을 끄고, 접속을 끊고, 소음을 차단하는 그 적막한 정지의 순간이 비로소 진짜 엔진을 켜는 점화의 타이밍이다.


그렇기에 ‘운동하겠다’는 결심은 단순히 칼로리를 태우겠다는 생리학적 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주던, 하지만 나를 고인 물처럼 썩게 만들던 ‘안전한 세계’와의 결별 선언이다.


이불 속은 안전하다. 소파 위는 안락하다. 익숙한 알고리즘 속은 편안하다. 영하에도 열기에도 밖으로 향하는 건 위험하다.

운동은 그 견고한 안전지대를 박차고, 기꺼이 ‘경계’로 나아가는 행위다. 이불보다 덜 안전한 곳으로, 소파보다 더 단단한 곳으로, 알고리즘에 지배받지 않는 곳으로!

거친 호흡이 터져 나오고,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심장이 요동치는 그 경계선은 결코 안락하지 않다. 그러나 그곳에 다급한 성장은 없다. 낯선 바람이 불고 예상치 못한 통증이 따르는 불안한 영역이다.



하지만 생명력은 바로 그 불안한 경계 위에서만 피어난다. 정지해 있던 몸을 일으켜 땀을 흘리고, 침묵 속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낯선 풍경 속으로 걷는 일.

그렇기 때문에 ‘운동하겠다’는 것은 안전하지만 죽어가는 ‘고정된 나’에서 벗어나, 위험하지만 살아있는 ‘유동하는 나’로 건너가는 망명(Exile)의 선언이다.

익숙한 세계의 중력을 거스르는 모든 행위가 운동이다. 그러므로 운동하는 자는 언제나 경계 위에 서 있는 자다. 운동은 몸을 움직이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나를 가두던 안전한 세계의 벽을 스스로 밀어내는 혁명이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현란하게 분주한 디지털 소음을 멈추고, 먹먹한 아날로그의 위험한 경계로 스스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곧 살아있음의 모든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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