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루가 벽지가 되지 않도록

[ 내마음 사전 ] 136

by 정원에

우리는 종종 삶을 화려한 색채로만 가득 채우려 합니다.


달력의 모든 칸에 약속을 적어 넣고, 쉴 새 없이 성취를 쫓으며,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근사한 순간들로 하루를 빈틈없이 메우려 애씁니다.


마치 인생이라는 갤러리에 단 1센티미터의 빈 벽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죠.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들을 들춰 봅니다. 그윽한 조명 아래 여기 저기 크고 작은 액자들속에 명화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은 감탄은 감동을 지워버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名畫)라 할지라도, 액자 사이의 간격 없이 다닥다닥 붙여 놓으면 그것은 더 이상 예술 작품이 아닙니다. 그저 화려한 패턴이 반복되는 ‘벽지’가 되어버릴 뿐입니다.


그림이 그림다울 수 있는 이유는, 그림 자체가 가진 화려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옆을 묵묵히 지켜주는 하얀 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매일이 축제이고, 매 순간이 클라이맥스라면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쾌락이 연속되면 무감각이 되고,

긴장이 지속되면 마비가 오듯,

빽빽하게 들어찬 행복은 행복이 아닐 겁니다.


평범하고 심심한 시간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미건조한 오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침묵의 시간.


우리는 이것을 '낭비'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시간들이야말로 당신의 빛나는 순간을 '명화'로 만들어주는 '여백'입니다.


쉼표가 없는 문장이 소음이듯, 여백 없는 삶은 비명과 같습니다. 당신이 느낀 기쁨이 진정한 기쁨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 감정이 스며들고 번져나갈 ‘고요한 틈’이 필요합니다.

오늘, 당신의 스케줄 표에 빈칸이 있다면 불안해하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의 하루가 흔해 빠진 벽지가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화로 걸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시 공간’이니까요.


부디 당신의 삶에 넉넉한 벽을 허락하세요. 그 충분한 여백 사이에서, 당신이라는 그림은 비로소 가장 선명하게 빛나게 될 것입니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별이 아름다운 건 밤하늘이라는 칠흑 같은 여백이 그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휴식은 게으름이 아니라, 당신을 빛내기 위한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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