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 하루, 의식의 흐름기법을 곁들인
어제는 하루 종일 청소를 했다. 예전부터 대청소를 한번 해야겠다 생각만 했는데, 하루 날을 잡아 버렸다.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이불 빨래였다. 베개 커버를 벗기고 시트 커버를 벗기고 이불을 담아서 들고나갈 준비를 마쳤다. 양말을 찾아 신고 500원짜리를 찾았다. 잔돈만 모아서 담아두는 가방 안에서 500원짜리 14개를 찾았다. '충분하겠지?'이어폰을 귀에 꼽고 이불 빨랫감을 옆구리에 끼우고 집을 나왔다. 공기가 차갑다. '집 앞에 세탁소가 있는데 저기도 이불빨래를 해줄까?' 집 앞 가게를 이용 안 하고 엄한 빨랫방에 간다고 사장님이 속으로 욕하지는 않을까? 죄 지은 것도 아니지만 괜히 고개를 숙이고 세탁소를 지나갔다.
코인 세탁소에 도착해서 자연스럽게 이불 빨랫감을 넣고 동전 7개를 넣었다. 7개는 보통세탁이고 8개는 행굼추가 9개는 고급세탁이다. 이전에는 "고급향균세탁"이라는 멘트에 홀려서 동전을 2개나 더 넣었지만, 이제는 넘어가지 않는다. 빨래를 돌려놓고 스타벅스로 갔다. 나의 나태함과 부지런하지 못함은 다이어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정의하고는 내년에 쓸 다이어리를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프리퀀시를 모으고 있다. 일반 음료 14개와 미션 음료 3개를 먹으면 3만 원 상당의 다이어리를 준다고 한다. 처음에는 스타벅스 어플을 사용하는 것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주문을 기다리며 카운터에 놓여있는 다이어리 샘플을 살펴본다. 속지 구성이 그냥저냥 평범하다. 엄청 갖고 싶었는데 막상 보니 없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제 3개만 더 모으면 17개니까 멈출 수 없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코인 세탁방으로 갔다. 책이라도 들고 나올걸 집에 다녀오려다가 앉아서 유튜브를 본다. 커피를 홀짝이며 해외축구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나에게로 다가온다. 아! 내 옆에 동전 교환기가 있구나. 세탁이 끝났다. 축축한 이불과 커버를 꺼내어 건조기에 넣는다. 예전에는 그늘에서 건조하라는 주의사항이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 눈에 들어와도 마음에 닿지 않는다. 건조는 가장 뜨거운 온도로 15분. 다시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15분 더 건조할 생각도 있었는데, 15분으로 충분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불이 내 눈앞에 있다. 향기도 끝내준다. 막 건조된 이불은 복잡했던 내 마음도 깨끗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 같다. 이불과 커버를 옆구리에 끼우고, 이어폰을 귀에 꼽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와서는 시트를 들고 시트 아래에 먼지를 청소한다. 다시 깨끗한 침대 시트 커버를 씌우고 베개 커버도 씌운다. 이불을 정리해서 침대 위에 올려 두고 바닥 청소를 시작한다. 핸디형 청소기를 사용하면서 힘이 약한 것 같아 역시 유선청소기를 살걸 그랬나? 생각한다. 침대 밑 행거 밑에 먼지들을 치우고 걸레를 빨아온다. 밀대를 이용하지만, 결국 구석은 역시 손걸레질이 최고다. 바닥을 닦다가 가구 배치를 바꿔 본다. 거울과 화장대의 위치를 행거와 교환했다.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든다.
이제 주방으로 넘어가서 식탁 위에 지저분하게 펼쳐진 잡동사니를 일반쓰레기봉투에 넣는다. 박스는 내용물을 꺼내어 선반에 넣어 정리하고 종이봉투들도 차곡차곡 접어 한쪽에 정리해 둔다. 행주를 빨아서 식탁 위를 한번 닦아준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양념들은 인덕션 아래 선반에 넣어두고, 자주 사용하는 양념들은 한쪽에 잘 정리해 둔다. 밀린 설거지를 끝내고, 접시들을 같은 색깔끼리 모아서 정리한다.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는 분리수거하고 반찬통도 크기별로 정리해 한쪽에 쌓아둔다. 행주를 꽉짜서 주변에 튀긴 물기들을 정리한다. 너무 힘들어서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한번 본다. 깨끗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침구류가 나를 꽉 안아 준다. 다시 일어나서 화장실로 들어간다. 옷을 모두 벗고 변기부터 청소한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칫솔을 이용해서 변기 구석구석을 잘 씻어내고 뜨거운 물을 뿌려준다. 화장실 배수구도 들어서 머리카락을 때어내고 다른 칫솔로 박박 문지른다. 바닥에 물 때를 청소하다가 청소도 장비빨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다음에는 화장실 청소도구를 좀 사야겠다 생각한다. 이리저리 청소를 마치고는 샤워를 시작한다. 온 집안을 청소하고 마지막으로 나의 몸을 씻는다. 하루의 피로가 싹 씻겨 내려간다.
화장실을 나와 마주한 나의 집은 이전과 다르다 착착 정리된 모습이 마음에 안정을 부여한다. 잘 개어진 옷을 꺼내어 입고 스킨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말린다. 괜히 앞머리를 넘겨 본다. 어차피 잘 거니까 이때 머리 스타일링을 연습해본다. 망해도 괜찮으니까. 한동안 새벽이 돼서야 잠이 왔는데 12시도 안됐는데 잠이 온다. 다음에 우울감이 나를 찾아오면 이불빨래를 시작으로 청소를 해야겠다. 우울한 마음이 나를 가득 채운 날은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으니까 이왕이면 청소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러다 보면 나의 마음도 같이 청소될 테니까. 나는 인생에도 게임처럼 리셋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청소가 그 버튼인가 보다. 깨끗한 집은 다시 더러워질 테지만 괜찮아, 나는 다시 청소 거리가 필요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