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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든 May 03. 2022

봄이 오고 우울했다.

나이를 잊고 살 수 있을까

요 몇 년, 책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작가를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문학 작품만 너무 읽는 것 같아서 SNS에 비문학 에세이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올렸다. 3권의 책을 추천받았는데, 그중 한 권이 임경선『태도에 관하여』였다. 가을의 시작쯤 책을 알라딘에서 구매했고, 추석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마지막 장을 넘겼다. 어찌나 맘에 들었는지 책에서 하나의 에세이를 골라 따로 필사하기도 했다. 막 에세이를 알아가던 때, 글쓰기에 매력을 느끼고 조금씩 나의 글이란 녀석을 써 내려가던 때. 그때쯤 임경선 작가의 글을 만난 것이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에게 임경선 작가님의 책을 추천했고, SNS도 팔로우해서 지금까지 보고 있다. 그러면서 귀여운 딸이 있는 사람, 서울을 달리는 사람, 카페에서 글을 쓰는 사람, 빈티지를 좋아하는 사람, 우리 교회 집사님과 친분이 있는 사람... 등등 내적 친밀감을 쌓아왔다.


 이제는『태도에 관하여』의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고, 그 1권 외에는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지도 않았는데, 막연히 궁금한 작가임은 분명했다. 무의식의 영향일까? 팔로우한 SNS 계정에서 계속 그녀의 일상이 눈에 들어오니 계속 더 궁금해지는 것 아닐까? 마음산책 출판사 SNS에서 그녀의 강연 소식을 듣고 나는 바로 3회 차를 결제해버렸다.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는 본질적인 호기심 때문에. 2회 차 강연만 등록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예비 번호를 받았지만, 3번 모두 가는 것보다 한 번만 가는 게 더 진한 여운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작년부터 획득한 직장인 타이틀은 이러한 일에 소비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줬다. 이제 돈도 버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에 어느 정도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멋진 어른이 되어보자는 마음.


갑작스럽게 생긴 1회 차 빈자리에 바로 등록 의사를 밝히고, 퇴근하고 바로 1회 차 강연을 들으러 갔다. 작가님의 표현, 형용사, 명사, 동사. 작가란 사람을 실제로 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라니,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 영감이 되고. 나의 복잡한 머리가 그녀의 한마디에 아 맞아! 그런 거야, 맞아! 그런 거야... 정리가 됐다.


나이를 의식하는 것과 무시하는 것 두 가지 외에도, 나이를 잊은 채 살아가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자들의 태도, 일, 관계, 몸, 감정들

감정은 음악과 독서로만 꿈틀거린다는 사실.

강연을 마친 작가님은 길쭉한 테이블과 탱고를 추듯이, 테이블을 무대 한 가운데로 옮겼다.

그녀는 감정 표현에 솔직했다. 그리고 따뜻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쑥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녀의 솔직함과 투명함을 보여줬다. 

불안은 감정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봄이란 계절은 충분히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나의 우울의 이유를 찾아줬다.


돌아오는 길, 바로 인스타에 글을 쓰려다 참았다.

바로 쓴 글에 정리되지 못한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것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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