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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드너 Dec 28. 2022

아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아쉽지만 쉽지 않기에

부모님은 내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흙 만지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제발 농사 그만 지으시고 편하게 사시라 하고 칭얼거렸다.


사촌형은 내게 술, 담배 줄이고 건강 챙기라고 당부했다.

나는 큰아부지처럼 사사건건 불같이 화내지 말라고 대들었다.


셋째 고모는 내게 덤벙거리지 말고 차분하게 지내라고 했다.

나는 고모에게 엄마랑 사는 친구들처럼 도시락 반찬으로 햄이랑 계란말이를 싸달라고 (속으로) 투정했다.


동생은 내게 자기를 제발 사랑스럽게 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얼마나 소중한 여동생인데 겉으로는 내가 무뚝뚝해도 마음만은 네가 소중한 혈육이라고 (속으로) 울부짖었다.


은사님은 너의 분야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늘 공부하며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하셨다.

살아보니 제코가 석자고 어느 시점이 초심인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역시 (속으로) 말씀드리며 다른 대학교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생활에 임하라고 대표들은 영혼 없이 지시했다.

주인이고 나발이고 월급 좀 올려주고 승진이나 기분 안 나쁠 타이밍에 시켜달라고...


우리 언제나 영원히 함께 하는 미래만 상상했고 결코 식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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