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중국의 전쟁수행방식과 군사사상>
저자: 기세찬
출판사: 경인문화사
본서는 중국 전쟁사 및 군사사상 분야 권위자 기세찬 선생이 고대 중국의 전쟁관과 군사사상의 흐름을 추적한 연구서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장마다 춘추시대-전국시대-통일 진 제국-전한-후한의 전쟁관, 통치전략, 군사사상 등을 담았다.
우리는 중국과 이웃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급격한 중국 경제 성장과 맞물려 중국공산당은 주변부에 영향력을 과시 중이다. 이에 중국에 대한 위기감과 적대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전근대 한반도 왕조는 기본적으로 중국에 사대를 견지했으되 불가피할 경우 무력충돌을 불사했다. 가깝게는 6.25 전쟁 당시 북한을 원조한 중공군과의 혈전이 그 예다.
이념적으로 분절되며 중국을 단순히 ‘주적’으로만 바라본 세월이 길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대적관은 중국이 지닌 잠재력을 등한시하도록 막는다. 한동안 침체를 겪었다지만 중국이 패권국으로서 동북아 일대를 선도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의 실체를 바르게 이해할 때 비상하는 중국의 위협을 대비할 수 있다.
본서는 ‘군사사상’적 관점에서 고대 중국의 전략문화를 추적했다. ‘윗사람(천자)이 아랫사람(제후)를 토벌하는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전쟁관은 예와 의를 중시했으며, 중원의 패자를 주창하는 춘추시대적 전쟁관이었다. 이는 점차 상대를 절멸시켜 천하통일로 나아가는 전국시대적 전쟁관으로 변모해 나아갔다. 전차를 주력으로 춘추시대 일반적인 부대 편성은 점차 보-전 합동에서 보병 위주의 편제로 개편되었다. 더 많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자 각국은 부국강병을 추구하며 제도, 사상 개혁을 추진했다. 이 중 상앙의 변법으로 대변되는 진(秦)의 법가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진은 이러한 제도적 개혁 외에도 6국의 연합을 방해하는 연횡책을 구사하며 먼 나라와 화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는 ‘원교근공’을 추구하여 천하통일을 달성했다. 그러나 진은 강력한 군사력과 법제에도 불구하고 17년 만에 몰락했는데 ‘과진론’을 저술한 한 대의 정치가 가의는 ‘천하를 취하는 것과 지키는 것의 방법을 같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천하를 통일할 때의 가혹한 법률 집행은 평화기엔 부적절하단 것이다.
이에 한 초기부터 법가와 유학이 병용된 유법절충적 이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무로서 통일한 천하를 문으로 통치하는 문무 병용이 오래된 치국의 술(術)이다. 장기적인 사회 안정과 국력 축적. 더불어 농경민족인 한과 유목민족인 흉노의 대립이 격화되며 한의 군대는 흉노와 대적하기 위해 기병이 핵심 병종으로 대두되었다. 한 무제기 대흉노전을 살펴보면 기병을 주력으로 적극적 공세를 추구한다. 유가적 농경민족인 중국이 전통적으로 성과 중심의 방어 전략문화를 가지고 있음은 하나의 편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법치와 무력 남용에 대한 비판적 입장과는 별개로 시대적 요청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를 수용하는 중국의 군사사상을 보여준다.
전한 말 미신이 유행하고 어리고 무능한 황제가 연달아 즉위하며, 외척 왕망이 선양 받는 형태로 전한은 멸망했다. 유교근본주의에 입각한 개혁만을 추구한 왕망의 통치는 현실과 괴리되었으며, 사리사욕만 도모하는 탐관오리들은 정권 붕괴의 주된 원인이었다. 사회 불안이 가중되며 적미의 난을 시작으로 지방에서 연달아 반란이 터졌다. 남양의 호족 출신인 유수는 다시 중국을 통일하고 광무제로 즉위했다. 광무제는 민생 안정을 위해 다시금 유학을 장려하고 징병제를 폐지하고 전시 모병제를 활용해 병력을 충원했다.
그러나 후한이 실시한 모병제는 여러 폐단을 발생시켰다. 군사 훈련이 되지 않은 이들이 비상시에만 모집되었으므로 전투력이 매우 낮았다. 강력한 황제권이 뒷받침되었을 때, 군대는 철저히 중앙의 통제를 받으며 명령이 있을 때만 모병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점차 황권이 약화되면서 각 지방관이나 호족들이 사적으로 병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황건적의 난 당시 후한 조정이 반란 진압을 위해 사적 군사력을 공식적으로 허용했고, 이는 중앙과 대립하는 군벌할거로 이어졌다. 유명한 삼국지의 초기 배경이 바로 이 시기다.
본서는 이러한 큰 흐름 외에도 손자병법, 오자병법, 여씨춘추, 회남자, 잠부론 등 당대 주요 병서와 저서를 군사적 사고과 결부시켜 소개한다. 이를 통해 해당 시기 중국의 군사사상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군사전략 연구는 인접국인 우리에게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중국의 영향을 받은 우리 전통을 복기하고 이로부터 현대에 적합한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 적의 사상을 분석하여 근본을 깨닫는 길은 나아가 적을 알고 나를 알아 위태로움을 방지하는 ‘지피지기 백전불태’ 그 자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