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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Mar 25. 2023

이효리는 부모님을 요양원으로 모셨을까?

가수 이효리 씨의 고민을 기사로 접했다. 아픈 부모님을 시설로 모시는 방법밖에 없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심정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기사를 보며 공감도 많이 되고 유명한 연예인도 아픈 부모님을 둔 자녀로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누구나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었다. 


시설로 부모님을 모시는 건 부모님도, 자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회한을 남기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으니 마지못한 선택일 경우가 많다. 

요양원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 여전히 겪고 있지만 - 찾은 방법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3-4년간 노인공동생활가정, 크고 작은 요양원 등 다섯 군데를 거쳤으나 아빠는 요양원에서 주는 과도한 약 부작용으로 건강이 망가졌고 다시 집으로 모시고 왔다.     

당시 동생과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나는 결혼생활도 해야 했으니 아빠를 돌봐줄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우린 10년 간병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숙고 끝에 아빠를 집으로 모시되 상주하는 요양보호사님을 통해 케어하고 우리는 주말과 평일에 드나들며 돌보기로 택했다. 


결혼 전에는 내가 결혼해서 아빠를 모시고 살아야 하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식들도 치매 걸린 부모님을 매일 마주 대하며 생활하는 게 힘든데, 타인인 남편이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결혼 후에는 아빠와 같이 살자는 말을 내 선에서 자르고 꺼내지 않았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했을 때 나도 못할 일 같았다. 부모님 세대는 상대의 아픈 부모님을 모시고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 세대는 그걸 감당할 만한 성향도 못되고, 또 그럴 만한 정신력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남편과 내가 살던 작은 빌라에 아빠를 모셨다. 지금 우리 부부는 반전세 집을 구해 따로 살고 있다. 집을 내어준 남편에게 참 고맙고 미안하다.      


아빠는 집에서 훨씬 행복해 보인다. 요양원에 있을 때보다 더 편안하게 웃음 짓는다. 딸들과 같이 밥을 먹고, 필요에 따라 수시로 목욕을 하고, 본인의 사이클에 맞게 집에서 생활하며 창밖을 구경하고 가끔 외출을 한다. 만약 요양원에 계셨다면 오늘처럼 같이 식사하는 것도, 기저귀 발진을 알아채고 대처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도 집에 있는 아빠를 보는 게 아빠의 상태를 살피고 대처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계시니, 딸들의 일상생활은 유지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처럼 아빠와 매일 맞부딪치며 극에 달하는 감정을 터트려 쏟아내는 일이 줄었다. 자책도 줄었다. 아빠를 볼 때 에너지가 있는 상태에서 웃으며 만날 수 있다.     


요 며칠은 요양보호사님 남편분 건강이 안 좋으셔서 나와 동생이 당번을 정하여 아빠를 돌보고 있다. 평소에는 요양보호사분이 월요일 오후 ~일요일 아침까지 상주하며 아빠를 케어하고, 일요일은 동생이, 평일 하루는 내가 케어를 담당한다. 그리고 아빠를 보고 싶을 때 자유롭게 드나든다. 이렇게 생활한 것은 1년 정도 되었다. 요양원에 모실 때보다, 그리고 집에서 우리가 아빠 케어를 전담할 때 보다 훨씬 좋다.      


어려움은, 돈이다. 


정부에서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해도 상주하는 요양보호사님께 드려야 하는 비용, 그리고 생활비까지 합치면 특이사항이 없을 시 최소 한 달에 대략 350만 원 정도가 든다. 

현재는 나와 동생이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두 사람의 수입 대부분이 간병비로 들어간다. 돈을 벌어도 수중에 남는 게 없다. 결혼한 우리 집 대출금이며 생활비는 대부분 남편이 감당하고 내 수입은 거의 보태는 일이 없다. 동생은 나보다 더 큰 금액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밤늦게까지 쉼 없이 일한다. 간병비를 마련하고자 유튜브 “아빠와 나” 채널을 개설하기도 했다. 구독자는 5천 명가량 모였으나, 동생이 시간을 쪼개어 촬영하고 편집해서 버는 돈은 한 달에 5만 원 남짓이다.      


얼마 전 동생에게 제일 듣기 싫은 말을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니 인생 살아야지. 아버지 요양원에 모시고 니 인생 살아.” 

주변 사람들은 동생을 생각해서 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동생 마음을 더 무겁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진작에 했어.” 

동생은 그게 안 되는 사람인 것이다. 자신을 아빠보다 우선순위에 놓는 게 안 되는 사람이다. 집에서 아픈 가족과 함께 살기를 택한 보호자들은 대체로 그런 사람들이다.       


치매 환자를 집에서 간병하는 보호자들끼리 소통하는 단톡방이 있다. 동생의 유튜브를 보고 참여하게 된 분들이다.

간병하느라 자유롭게 바깥 외출 한번 못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환자 곁을 지키는 자녀, 치매로 인한 이상행동을 홀로 감내하며 독박 간병을 하는 배우자, 할머니를 홀로 둘 순 없고 돈은 벌어야 하니 할머니를 재워두고 새벽에 일하는 손자, 돈에만 혈안이 되어있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형제자매들과 싸우며 부모님을 케어하고 있는 자녀, 각자의 어려움 속에서 아픈 가족을 우선순위로 두며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너무 힘든 나머지 괴물로 변해버리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보겠다며 견디는 이들은 단톡방에서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한다. 


시설이냐 가족 돌봄이냐, 각자 처한 상황들이 다르니 거기에 맞는 최선은 선택은 다를 것이다. 어떤 쪽이 더 낫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러나 명확히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 가정 안에서 아픈 가족과 사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고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기관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부모님을 맡기는 부양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 유일하게 남게 되는 걸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가족 내 돌봄이 가능하도록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은 단체생활보다, 집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고 인간답게 산다. 

가족 내 돌봄을 선택한 보호자들은 아픈 가족이 ‘보통의 삶’을 누리게 하고 싶어서 본인의 어려움을 감수한다. 하지만 아픈 가족뿐 아니라, 보호자도 인간다운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인생에서 우리 모두는 가족의 일원이 늙고 아프고 병이 드는 과정을 겪는다. 그리고 언젠가 나 자신도 늙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된다. 가족 안에서 이 과정들을 소화하는 것이 자신의 밑바닥을 다 내보이고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시간이 더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픈 환자도, 그들을 돌보는 가족도 인간적이고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적 도움이 모색되고 지원되길 바란다.         







 기사 사진출처 = TVING '서울체크인' 방송 캡처]-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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