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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정원


Ep. 1

날씨에 따라 감정변화가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생각보다 좋은 핑계로

‘날씨가 좋지 않아서, 기분이 좋지 않아.’

‘날씨가 안 좋으니 오늘은 술이지.’


그중 비 오는 날이면 기억에 손꼽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하나는 대학생 시절 하게 된 봉사활동이었다.

집에서 생각보다 많이 멀었던 지역에서 그것도 한 달 정도나 하게 되었다.

합리적인 외박이 필요했던 시기에

또 좋은 핑계를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여름 기간 동안 이루어진 야외 연극제 봉사활동이었는데,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선택할 것이다.


여름은 늘 그렇듯 비가 많이 오는 날이 많다.

우비를 쓰고 관람객들에게 안내를 하고 관객이 유독 적었던 날

앉아서 연극을 처음과 끝을 보게 된 날이 있었다.

그 연극이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다. 그게 비 오는 날이면 더 짙어진다.


연극이 끝나고

같이 봉사를 한 동생과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는데

’어쩌면 우린 같은 시간과 동시에 그 연극에 대해 느낀 감정이 같았는지 모르겠다 ‘라고 느꼈다.

“언니”하면서 간단한 그 말의 여운도 길었으니까.


유독 날씨가 좋지 않은 날 감사 인사가 더 기억에 남 듯


그 동생도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순간을 회상할 진 모르겠지만,

나만 기억하기에도 충분히 좋은 추억이기에 괜찮다.


Ep. 2

대학시절, 봉사활동과 동시에 가장 많이 한 것이 아마 아르바이트가 아닐까 싶다.


아마 이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많이 하지 않고 더 다양한 경험을 찾아봤을 거 같다.

그때 지치는 것과 힘든 과정 그리고 일시적으로 봐야 하는 사람들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을 만났으니까.

그래서 진정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뭐 괜찮다.‘라며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본 알바 중 가장 힘든 알바는 공장 알바였다. 아마도 한 달 좀 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나 힘들다고’ 매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일도 힘들고 인생에서 외로움도 가장 많이 느낀 시기였던 거 같다.


어느 날 하루는 셔틀버스에서 잘못 내렸는데,

바로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다.

우산도 없고 10년 전이라 네이버 지도나 구글지도도 잘 모르던 시절

거기다 난 또 길치, 비가 많이 오니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고

날은 계속 어두워지고 믿을 거라곤, 나의 없는 길 감각을 믿는 것이다.

’왜 이런 날은 휴대폰 충전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 걸까.‘


분명 한국인데, 외국에서 길 잃어버린 느낌이었던 거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나 아는 길이 나와 무사히 지인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우산이 없는 순간에 비가 많이 올 때면 생각한다.

‘이 정도 비쯤이야.’

길도 알고 지금은 외롭지고 않고 그저 뛰어가다 보면 비를 맞는 순간이 짧아질 거라고.


지금 글을 쓰면서 물어본다.

‘나는 그때 돈이 없었을까. 왜 택시를 타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그 힘든 순간을 감정을 혼자 안으려고 했을까.’


흐른 뒤 맑아져 무지개까진 아니지만

나의 날씨도 많이 안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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