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캠핑장 #1

by 가든스톤

공주에 있어서 이름이 '프린세스'일까. 단순하고도 정직한 이름이다. 캠핑장 입구에 서면 커다랗고 붉은 'PRINCESS' 구조물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자칫 촌스러울 법도 한데, 그 빨간색이 주는 묘한 생동감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이 캠핑장이 가진 개성처럼 느껴져 반갑기까지 하다.

이곳의 풍경은 사실 대단할 것이 없다. 북향으로 난 땅, 주변을 둘러싼 건 산이나 바다가 아니라 평범한 논밭과 작은 과수원들이다. 게다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리어카로 짐을 옮겨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감수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뷰 맛집'이나 '편의시설 끝판왕'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캠핑장 목록의 첫 줄에 이곳의 이름을 올렸다. 이유는 뜻밖의 장소, 입구에 자리한 작은 카페에서 시작된다.

문을 열고 들어선 카페는 빈티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온기로 가득하다. 눈길을 끄는 건 구석구석 놓인 캠핑 소품들이다. 헬리녹스 의자, 주철 팬, 스노우피크 랜턴... 캠핑을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장비들이다.

캠장님과 긴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그 소품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분은 오랫동안 캠퍼로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일까. 이곳은 캠퍼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어떤 배려가 필요한지를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한 안도감을 준다.

지금은 나도 직접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시는 캠퍼가 되었지만, 서툴던 시절엔 이 카페의 커피 한 잔이 큰 위안이었다. 캠핑장이 카페의 배경이 되고, 카페가 캠핑장의 풍경이 되는 곳.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만든 커피를 한 잔 마실 때면 이곳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특권을 가진 기분이 들었다.

중앙의 넓은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각자의 휴식을 취한다. 참여자는 아니었으나 수년 전, 2박 3일 내내 장작을 태우며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던 정겨운 행사들도 이곳에서 진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순히 텐트를 치는 장소를 넘어, 캠핑을 잘 아는 주인의 철학과 캠퍼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유대감이 흐르는 곳. 요즘처럼 대형화되고 세련된 캠핑장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런 결을 가진 곳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다녀본 수많은 길 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곳을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 투박하고도 다정한 '프린세스'를 떠올릴 것이다.


photo by garden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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