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작은 모임에서 캠핑 가이드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본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보다 캠핑 이야기를 할 때 내 목소리에 더 생기가 돈다는 걸 느낀다. 그렇다고 지금의 일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그 순수한 즐거움이, 가끔은 일상의 고단함을 잊게 해 줄 뿐이다.
발표의 주제 중 하나는 '어떤 캠핑장 바닥을 선택할 것인가'였다.
보통 캠핑장의 바닥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초록빛이 싱그러운 잔디나 노지, 깔끔하게 정돈된 나무 데크, 그리고 거칠어 보이지만 단단한 파쇄석과 강자갈.
캠핑에 막 발을 들인 분들에게 어떤 바닥을 선호하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잔디밭이나 나무 데크를 꼽는다. 사진 속에서 보던 낭만적인 풍경, 혹은 집 안의 거실처럼 매끈하고 잘 정돈된 느낌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캠핑의 시간은 늘 맑은 날씨 속에만 흐르지 않는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낭만은 현실이 된다.
잔디밭이나 노지는 비가 오면 금세 질척거리는 진흙탕으로 변한다. 배수로를 미리 파두지 않으면 텐트 안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애를 먹기도 하고, 아끼는 장비와 신발은 엉망이 되기 일쑤다. 나무 데크 역시 마찬가지다. 틈새를 타고 스며드는 빗물은 막을 길이 없고, 겨울이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공기가 캠퍼의 밤을 고단하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캠핑의 연차가 쌓일수록 우리는 투박한 파쇄석이나 강자갈을 찾게 된다.
마시다 남은 물을 조금 버려도 금세 땅속으로 스며드는 명쾌함. 텐트 근처에서 마음 놓고 불을 피울 수 있는 안전함. 비가 쏟아져도 '발이 젖지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 특히 모나지 않은 둥근 강자갈 위에 텐트를 치는 날엔, 든든한 기초 공사를 마친 기분이 든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밖에서 볼 때 좋아 보이던 것들이, 비바람을 맞고 계절을 견디는 과정 속에서 그 진면목을 드러내기도 한다. 예쁜 잔디보다 투박한 자갈이 더 깊은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것이 캠핑이 내게 준 노하우이자, 인생을 바라보는 작은 지혜가 아닐까 싶다.
집이라는 안락한 울타리를 벗어나 불편함을 자처하는 이 취미 속에서, 나는 오늘도 평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느낀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나를 든든하게 받쳐줄 수 있는 '바닥'의 중요성을.
여러분은 어떤 바닥을 선호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