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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첫 번째 이야기

by 은서아빠

저는 응급구조학과를 나와서 현재 소방서에서 구급 대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다 보면 사망사고 현장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 제 경우 출동 빈도로 보면 자살 현장이 가장 많은 것 같고 그다음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현장, 그리고 질병으로 인한 사망 현장 순인 거 같아요. 제가 처음 출동했던 사망사고 현장은 교통사고 현장이었어요. 지금도 그 순간은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 제가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출동한 현장이었고 제가 처음 심폐소생술을 했던 환자여서 더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교통사고로 인해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였는데 전 그분에게 최선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그분은 돌아가셨고 그날 이후 전 “내가 미숙해서 그분이 돌아가신 건가?”라는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같은 감정들이 한동안 저를 괴롭혔어요.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사망 사고 현장은 공장 건설 현장에서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 현장이었는데 그때 현장에 출혈이 상당히 심했거든요. 추락해 있는 그 모습이나 현장 특유의 냄새가 한동안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자살하신 사람들의 모습을 보거나, 부패한 시신의 냄새 등을 맡다 보면 그 모습으로 인한 무서운 감정이 들기도 하고, 자살하신 분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안타까움의 감정 등 다양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생기더라고요. 물론 현장에 출동한 그 순간에는 현장 처지에 집중하게 되어 이런 감정들이 생기지 않지만 출동을 마친 후 소방서로 돌아오는 차 안이라던지, 혼자 있는 시간에 이러한 생각들이 자주 드는 거 같아요.

이러한 사망사고 현장에 자주 출동을 나가다 보니까 지금은 많이 무뎌진 것 같긴 해요. 그리고 제가 만나게 될 환자들에게 부족한 처치를 하지 않기 위해 저 스스로 더 공부하고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 참혹한 현장을 본다던지, 심폐소생술을 할 때 가슴뼈가 부러지는 그 첫 느낌 등은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전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사망사고 현장으로 인해 지금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도 모르게 조금씩 사망사고 노출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이런 것들이 쌓여 저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전 최대한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평소 여행도 자주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있어요. 또 일을 안 할 때는 최대한 사망사고와 관련된 생각들을 안 하려고 해요. 이거 외에 특별한 방법은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제 스스로도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 자신이 떳떳하고 그런 저를 자랑스러워하는 가족들의 지지가 저를 더 힘나게 하는 거 같아요.


"제 첫 사망 사건은 제가 00 센터에 근무할 때 교통사고 났던 할머니인데 임용되고 1주일도 안됐을 때였어요. 아마 2번째 근무였던 거 같아요. 제가 구급대원으로 들어와서 심폐소생술을 처음 했던 환자이기도 하고.. 처음 들어와서 아무것도 적응이 안 돼 있던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내가 너무 미숙하고 못했다는 기억이 많이 들어서요. 그때는 할머니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제 스스로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

- 어느 구급대원과의 대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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