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0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4. 두 번째 이야기

by 은서아빠 Aug 13. 2021

저는 구조대원입니다.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망사고는 고속도로 교통사고였어요. 보통 고속도로 사고는 외상이 심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날 사고는 트럭과 트레일러가 서로 부딪쳐서 난 사고인데 제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운전자는 사망한 상태였고 운전자의 신체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훼손이 심했어요. 사망하신 분의 신체를 저희가 수습했는데 그때의 그 기억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계속 나고 있어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지금도 현장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현장에서는 시신의 상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안 해요. 당장 이 일을 처리하고 수습하는 게 중요하니깐 그것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그 장면을 안 보려고 담요 같은 것으로 덮고 수습을 하거나 이동을 해요. 처리 과정에서는 담담하게 처리하는데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그 당시 장면이 생각나기도 해요. 그리고 돌아가신 분들 생각이 나면 안타깝기도 하고 그분들의 죽음에 제가 직접적인 책임은 없는데 괜히 미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들기도 해요. 

지금은 사망사고를 점점 업무적으로 다가가게 되고 그런 상황에 점차 익숙해지다 보니 무덤덤해진 것 같긴 해요. 이런 사망사고 현장에서 사망하신 분들을 자주 보다 보니 저 스스로 삶의 소중함을 이전보다는 더 느끼고 제 가족한테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생긴 것 같아요. 

저도 지금은 매우 담담해지긴 했지만, 처음에는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저 같은 경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꼭 운동은 아니더라도 취미든 여행이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만약 본인 스스로 너무 힘들 경우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털어놓고 “나 힘들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교통사고인데 그 당시 너무 환경이 안 좋았어요. 트럭이 트레일러 아래로 들어간 사고인데, 운전자 분 신체가 거의 안 남았어요. 그런 것을 저희가 또 수습해야 하는데, 일차적으로 시신 수습을하고 복귀 했는데 경찰로부터 신체 어느 부분을 못 찾았으니까 다시 찾아달라는 요청이 와서 다시 폐차장에 가서 찾아봤는데 결국 못 찾았거든요. 이때가 가장 시신의 훼손이 심한 상태여서 그때 그출동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어느 구조대원과의 대화에서 - 

이전 03화 3. 첫 번째 이야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