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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네 번째 이야기

by 은서아빠 Aug 21. 2021

  저는 응급구조학과를 졸업 후 지금은 구급대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119 구급대원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출동했던 구급대원이 저에게 해주었던 처치, 말투, 감정들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거든요. 그래서 나도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소방공무원을 선택하게 된 거 같아요. 

  저는 병원에서도 많은 심정지 환자를 경험해 봤거든요. 근데 구급대원으로서 경험하는 사망 사고 현장은 병원에서의 경험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사망 사고 현장에서는 죽기 전 그 사람이 생활했던 공기, 온도,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보이고 이 사람이 죽기 전까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감정이입이 더 되는 거 같아요. 

  구급대원으로 현장에 출동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사망사건으로는 일단 혼자 사시는 분들의 고독사를 가장 많이 만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계에 끼어서 사망하시는 분, 교통사고로 인해서 사망하시는 분, 추락사고 등 다양한 유형을 경험하는 것 같아요.  

  자살 환자도 많은 데 명절이나 연말연초, 크리스마스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날에 혼자여서 상대적으로 더 외로우신 분들이 자살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수능 다음날이라든지 특정 시기에 자살이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한 첫 사망 사건은 TV에도 나올 정도로 엄청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었어요.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던 엄마가 아이 둘을 살해한 사건이었거든요. 첫 사망사건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본 아기들의 얼굴... 아기들의 차가운 체온.. 이런 것들이 잊히지 않아 한 동안은 계속 생각이 났던 거 같아요. 사실 첫 출동이기도 하고 주변에 사람들도 많았고, 이슈가 되는 특이 케이스였는데 현장에서는 내가 처리해야 될 것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냥 침착하게 제가 할 일을 처리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경찰서에 가서 조사받고 퇴근하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란 걸 그제야 조금 느꼈던 거 같아요. 내가 현장에서 사망한 자를 가장 먼저 마주하겠구나, 그리고 내 진술에 따라 경찰 조사도 달라질 수 있고, 이와 관련된 법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환자에 대한 처치도 더 많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면서 그 당시 잔혹했던 모습이라던 지 그런 상황이 계속 떠오르는 게 힘들기는 해요. 무섭기도 하고.. 처음에는 그것을 무조건 잊으려고만 노력했었어요. 예를 들면 일부러 바쁘게 살거나 운동을 하거나 술을 먹거나 이런 걸 했었는데 결국 술에 의존하게 되고 운동을 하다 보면 끝나면 또 생각나고 바쁘게 살다가 또 끝나면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그냥 받아들이려고 하는 거죠. 나는 어차피 일을 하면서 많은 사망자를 계속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언제까지 무서워하거나 피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전 사망 사고 현장을 다녀오면 저 스스로 사망한 사람을 위해 혼자 밖에서 1분 정도 애도하는 습관이 생긴 거 같아요. 그리고 구급대원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니까 공감도 많이 해주거든요.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미래에 마주하게 될 다양한 상황에 미리 대비를 할 수도 있고 해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혼자 고민하면서 끙끙 앓지 말고 힘들면 주변에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주변에서 저희를 격려해주고 감사했다는 문자 한 통 받거나 뭐 이런 게 저에게는 큰 힘이 되는 거 같아요. 


"제일 큰 어려움은 눈에서 잊히지 않았어요. 그 아기들의 얼굴이.. 그렇게 목이 졸려서 죽은 사람은 제가 처음 봤었으니까 그 얼굴의 시반이나 강직이 되어 있는 아기들의 체온이나 따뜻하지 않고 차갑고 하니까 그런 온도가 잊히지가 않아가지고 한 동안은 계속 생각이 났던 거 같아요. 사건 현장이 제가 근무하는 곳 근처여서 출근할 때마다 지나가니까 계속 그쪽을 보게 되니까 생각이 나고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가 않으니까.." 

- 구급대원과의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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