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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섯 번째이야기

by 은서아빠 Aug 22. 2021

  저는 지금 00 센터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소방공무원이 되기 전에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했는데 병원에서 근무할 때 하고 비교해보면 지금이 더 긴장감이 큰 거 같아요. 병원은 내가 항상 근무하는 익숙한 공간이고 여럿이 근무를 하기도 하고 또 조명이 항상 켜져 있는 밝은 공간이잖아요. 이런 익숙한 공간으로 오는 환자를 맞이하는 건데 구급대원 같은 경우는 내가 편한 공간으로 출동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는 현장으로 내가 찾아가는 거고, 특히 심한 외상환자 거나 심정지 환자일 경우 어떤 상태로 있는지도 모른 체 출동하는 거라 병원에서 근무할 때보다 더 긴장감이 생기는 거 같아요.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사망 사건을 하나 이야기해보면, 정확히 그때가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아파트에서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나갔던 거 같아요. 같이 출동한 구조대원이 문 개방을 하고 제가 들어가서 확인을 했는데 주방 가스 배관에 목을 맨 여성분이 있는 거예요. 근데 좀 오래돼서.... 목 맨 그 모습이나 현장의 냄새 이런 게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거 같아요. 그 당시에는 “무섭다”라는 느낌이 제일 컸던 거 같았어요. 무섭긴 한데.. 그나마 다행인 거는 내가 그 모습을 처음 본 게 아니었고 내 옆에 구조대원도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명백한 사망이니깐 내가 시신을 만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백한 사망이니깐.. 내가 안 만져도 되니까.. 다행이다... 이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많이 익숙해지고 덤덤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저도 사람인데 그런 참혹한 현장에는  안 가고 싶죠. 그런 현장을 안 맞닥뜨리고 싶은데.. 제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전 항상 출동 나갈 때 두 가지를 항상 생각해요. 첫 번째는 곧 도착하게 될 현장 상황을 제일 좋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항상 최악이라는 가정을 하면서 출동을 해요. 예를 들어 화상 환자라고 하면 약간 화상을 입은 게 아니라 완전히 다 뒤집어졌겠구나.. 화재 현장일 경우 환자가 단순히 연기만 마셨을 거야라고는 생각 안 하는 거 같아요. 최악이면 이 정도까지는 내가 처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출동하면서부터 하는 거 같아요. 근데 막상 현장에 도착했는데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그것만으로도 되게 감사하게 생각되는 거 같아요. 

  두 번째는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전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후회 없이 다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만약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미련이나 후회가 남을 정도로 일을 했고 결국 환자가 죽었을 경우 그 죽음에 내가 일조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 죽음은 평생 생각이 날 거 같거든요. 구급대에서 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는데 그 한계치만큼 최선을 다해 환자를 처치하면서 제 개인적인 양심의 짐은 덜어 내는 거 같아요.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사망사고 현장에 출동했었고 앞으로도 계속 출동할 수밖에 없잖아요. 현장에서 제가 살릴 수도 없는 환자들도 있었고, 최선을 다한 처치를 했음에도 돌아가신 분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노력한 결과 심정지 환자 분이 살아 돌아오면 그때 느껴지는 뿌듯함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힘인 거 같아요.  


“구급대에서 할 수 있는 거는 한계치가 있는데.. 그 한계치만큼 최선을 다해해 주면 개인적 양심은 덜어 내는 거죠.. 이 죽음에 나는 일조를 한 게 아니라 최대한 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도리는 다했다. 미련이나 후회가 남을 정도로 일을 해버리면 그 죽음이 계속 생각나겠죠” 

- 구급대원과의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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