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응급구조사 1급으로 채용돼서 지금은 구조대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의 첫 사망 사고 출동을 저는 지금도 정확히 기억을 해요. 계속 기억에 남아있는 거 같아요. 아마 임용 후 두 번째 출동이었을 거예요. “사거리 교통사고”라고 신고가 들어왔는데.. 자동차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할머니를 치고 지나간 사건이었어요. 사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주변에 잡풀들이 길게 자라 있었고 자동차에 치인 할머니는 안 보이는 거예요. 현장에서 20~30분 정도 풀을 헤치면서 할머니를 찾았던 거 같아요. 결국 펜스 근처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셨는데.. 이건 13년이 지나도 생각이 나는 거 같아요. 소방관 되고 나서 첫 사망사고여서 그랬던 거 같아요. 일부러 이 일을 기억하는 건 아닌데요. 무의식적으로 계속 안고 가는 거 같아요.
이런 사망 사고 현장 출동을 나가다 보면 두렵기도 해요.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부모님 돌아가시는 것도 잘 못 본다고 하는데.. 저희는 사망사고를 반복적으로 접하고 있고, 더욱이 온전한 외형을 가진 경우를 보는 게 아니잖아요. 사지가 다 부러져 있고, 피가 낭자한 현장에 출동하는 건데.. 출동하면서 아직 그런 모습을 보지 않았지만 그 모습을 볼게 두렵죠.. 내가 맞닥뜨릴 현장이 깨끗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깐, 그게 두렵죠.
목맨 환자도 마찬가지로 저희가 문 개방 출동을 나가면 트라우마 중 하나인데 저는 항상 장롱 문을 확인해요. 예전에 장롱에서 발견한 적이 있었거든요. 장롱 문을 열 때 굉장히 두려워요. 문을 열면 그때 그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가지고, 하지만 열죠. 왜냐면 그 순간에는 그 일을 할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까요. 항상 그런 거 같아요.. 사망사건은... 제가 겁이 없어서 잘 대처하는 건 아니고요, 두렵지만은 이걸 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이런 직업의식 때문에 하는 거 같아요.
저는 제천 화재 때도 출동을 했었거든요. 처음으로 사망자를 꺼냈는데. 첫 번째 사망자는 계단에서 오른쪽 꺾자마자 있었어요. 지금도 정확히 기억이 나요. 두 번째 올라왔는데, 시신들이 쌓여있었어요. 유리문에.. 그냥 사람이에요. 탄 것도 아니에요. 다 질식해서 돌아가셨는데. 손자국들이 다 나 있고.. 다 기억나요.. 그런 것들.. 생생하게.. 근데.. 그래도... 살아지는 거 같아요.. 제가 멘탈이 강해서 그런 게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나한테 가족도 있고 직업적인 의식도 있고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가져가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절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제가 출동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저의 동료를 보았을 때였던 거 같아요. 교통사고 출동이었거든요. 현장에 도착했는데 구급대원이 “우리 직원이야.” 막 이러는 거예요 그 순간 진짜 영화처럼 딱 뿌예지고 그 차만 보이는 거예요. 저랑 같이 근무도 했던 제 선배였던 거예요. 차는 완전히 다 찌그러져서 있는 거예요. 차에서 구조해서 제가 직접 CPR을 했어요. 구급차에 타서도 계속.. 저도 피투성이가 되고.. 병원에 갔는데.. 사망선고도 제가 받았거든요.. 이 이야기를 못했어요.. 아무한테도.. 한 5~6년 동안은 저 혼자.. 담아두고 산거죠. 죄책감도 있고.. 어떻게 보면 제가 못 살린 것도 아니고.. 제가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사망선고를 제가 또 받아 볼일이 없잖아요.. 그때 저도 어렸었고. 생각해보면 이게 제일 크게 저를 힘들게 했던 사건인 거 같아요.
지금은 좀 무뎌진 거 같아요. 하도 많이 이런 걸 보다 보니까 무뎌지는 것도 있고 어차피 이 상황을 컨트롤할 사람은 저밖에 없다 보니까 직업적으로 그런 의식이 잡혀있기 때문에 겁은 나지만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무뎌졌어요.
그래도 이런 사망사고 출동 경험이 쌓이는 게 정신적으로는 좋지 않은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어젯밤에 추락 환자를 봤는데 사지가 멀쩡하지 않고 한걸 보고 다음날 퇴근해서 우리 가족들을 만나잖아요. 만났을 때 감정이 어제 느꼈던 그럼 감정과 가족을 만난 반가움의 감정이 중첩이 되는 거 같아요. 가족을 만날 때 막 좋지는 않은 거죠. 어제 현장에서 본 그런 모습들이 생각이 나니까.. 이런 일이 있으면 아무 일 없이 휙 돌아서는 게 아니라 하루 이틀 정도 기분이 다운 되는거 같아요. 사람으로서 처참한 환경을 목격한 거잖아요. 그게 계속 떠오르는 거죠. 보통 3~4일 정도까지는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문뜩문뜩 떠올라요. 가족들과 웃고 떠들다가도 그 장면이 떠오르고.. 가족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티는 안내지만.. 그런 게 떠오르고 하면 좋았던 기분이 좀 다운이 되기도 하고.. 사망사고 현장을 목격함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가 점점 누적되면서 이렇게 제가 변화된 거 같아요. 그런 현장을 본 횟수만큼 내 마음이 받는 데미지는 더 쌓이는 건데.. 대신 표출을 안 할 뿐이지.. 내가 지금 현재 스스로 컨트롤이 되는 것뿐이지 나도 모르게 점점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 같아요. 지금은 제가 건강하고 활동적이고 왕성해서 괜찮은데 나중에 제 몸이 약해지거나 어떤 사건이 뇌관처럼 터질 수 있는 순간이 오면 그때 제가 얼마나 힘들어 질지 모르겠어요. 이런 게 걱정이 되긴 해요.
저는 이런 거로 힘들 때 그동안은 아무한테도 이야기 못했거든요. 근데 용기 내서 주변 동료에게 나의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한번 이야기하고 나니까 한번 말하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또 말하기가 좋아지고 말하면 할수록 죄책감도 내려놓게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저한테 스스로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그동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을 했을까?” 란 이야기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은 운동을 해라 하는데 근간은 마음이 아픈 거잖아요. 운동을 하면 일시적으로 후련하기는 하죠 하지만 아픈 마음이 풀리는 거 같지는 않아요. 운동이 끝나면 또 마음이 아프거든요. 그렇게 보면.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고 다른 동료가 힘들다고 하면 그냥 넘기지 말고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예전에는 현장에서 시신을 본 후 “나 너무 힘든데”라고 말하면 “남자가 그냥 하는 거지” “용기 없는 사람” “겁쟁이” 이런 식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이런 게 두려워서 말을 못 했을 수도 있는데.. 지금 분위기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서로 공감해주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제 생각에는 제일 많이 마음이 치유가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이런 사망 사고는 소방관으로서 퇴직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계속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소방관으로서는 필수죠. 이것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 거니까. 그런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직렬이잖아요. 저희한테는 피해 갈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인 거 같아요. 그래도 저희가 사망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힘듦은 사람을 살렸을 때의 그 기쁨으로 상쇄가 되는 거 같아요. “사람이 사람을 살렸어.” 이 희열은... 이런 게 더 큰 거 같아요. 사망사건으로 인해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이거보다 더 큰 행복이.. 현장에서 맞닥뜨릴 행복감.. 희열이 더 크니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사망 사고는 그냥 과정이지 않을까요.. 이 직업을 해가는 퇴직할 때까지의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소방관으로서 겪어야 할..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소방관으로서는 필수죠.. 그것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 거니까.. 그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직렬이잖아요.. 저희한테는 피해 갈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인 거 같아요.”
- 구조대원과의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