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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망사고 경험에 따른 그들의 변화 - 1편

by 은서아빠

지금까지 사망사고로 인한 외상 경험이 있는 소방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적어 보았다. 이 과정을 통해 소방공무원들이 다양한 현장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망사고에 노출되는 경험으로 인해 겪게 되는 다양한 심리·정서적인 변화와 이를 극복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번 인터뷰에 참여한 소방공무원들은 나이, 근무경력, 담당업무 등이 서로 다르지만, 화재·구조·구급과 같은 현장 출동 부서 소방공무원으로서, 근무하는 동안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마주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사망사고에 대한 느낌, 대처, 이로 인한 영향 등에 있어 참여자 간에 다소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이들은 모두 반복적으로 사망자를 마주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 직업적 태도, 심리·정서적 상태 등에서 변화를 체험하였다. 덧붙여 이를 이겨나가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현장 근무 중 지속해서 경험하게 되는 사망자, 나아가 죽음이라는 현상에 관한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그들의 외상 경험을 듣고 글로 적는 과정에서 알 수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10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그들은 사망사고 현장에서의 본인의 미숙한 대처로 인해 아쉬움과 미련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소방공무원 대부분은 첫 사망사고를 임용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초보 소방공무원일 때 사고 현장에 투입되면서 경험하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구조 활동이나 심폐소생술과 같은 처치에 있어 미흡함을 느꼈고 당시 느꼈던 미안함이 지금도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되살아난다고 하였다. 즉 처음 사망사고를 경험한 소방공무원들은 미숙한 현장 조치로 인해 아쉬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그러한 감정과 당시의 장면들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계속해서 떠올라 그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사망사건은 아마 제가 임용되고 일주일도 안 됐을 때였어요. 제가 구급대원으로 들어와서 심폐소생술을 처음 했던 환자였는데, 처음 들어와서 아무것도 적응이 안 돼 있던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제가 너무 미숙하고 못 했다는 기억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때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차에 치여서 돌아가셨는데, 현장에서는 사망 판정을 못 내려서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는데, 이미 가슴 쪽이 함몰되시고 가망이 없겠구나 싶었는데, 제가 너무 현장에서 미숙해서 많이 못 해 드린 거 같아서요. 미안한 마음도 들고, 첫 사망사건이기도 하고 해서 지금까지도 당연히 기억이 나더라고요. ”

- 구급대원과의 인터뷰 내용 -


두 번째로 그들은 어찌할 수 없는 사망사고 현장에서 안타까움과 미안함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인터뷰 참여자들을 특히 안타깝게 만드는 사망사고는 구체적으로, 사망자가 어린이 거나 동료인 경우, 가족에 의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이었다. 소방공무원들은 이와 같은 사망 사고 현장에서 안타까움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였고 이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 참여자 중 한 사람은 자신의 동료가 사망한 사고 현장에 투입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너무 심해서 여전히 마음이 힘들다고 하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사망사고와 사망자들을 거의 일상처럼 접하는 소방공무원들에게도 더욱 아프고 힘든 기억으로 남아 계속해서 이들의 마음과 정신을 유린하는 사건들이 매우 많음을 알 수 있다.


“교통사고 출동을 나가서 현장을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구급대원이 그러더라고요. “야 우리 직장동료야.” “우리 직원이야.” 막 이러는 거예요. 그 순간 진짜 영화처럼 딱. 뿌예지면서 그 차만 보이는 거예요. 다친 사람이 저랑 같이 근무도 했었고 제 선배였거든요. 차는 완전히 다 찌그러져서 있는 거예요. 그때 제가 구조해서 직접 구급차에서 CPR을 했어요. 저도 피투성이가 되고 병원에 갔는데 그분이 가정사가 있어서 사망선고 들을 가족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사망선고도 제가 받았거든요. 저는 이 이야기를 못 했어요. 아무한테도, 한 5∼6년 동안은 저 혼자 담아두고 산 거죠. 죄책감도 있고 어떻게 보면 제가 못 살린 것도 아니고 제가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 구조대원과의 인터뷰 내용 -


세 번째로 그들은 사망사고 현장을 통해 두렵고 공포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출동한 현장에서 참혹함으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들은 그 당시 목격했던 장면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떠올라 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즉 그들은 과거 출동했던 사망사고 현장을 지나게 되거나 당시 상황과 비슷한 출동 현장에 나가게 되면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했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많은 소방공무원들이 출동 현장의 참혹함 등으로 인해 두려움과 충격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장면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금 떠올라 그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가 기억이 좋은 건지 사고 현장 주변만 가면 그때 상황이 정말 생생하게 다 기억이 나요. 동남쪽 가면 여기서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다 기억이 나고 그러다 보니 제가 사는 지역 내에서 좋은 기억이 거의 없는 게 단점인 거 같아요. 지나가다 보면 좋은 기억이 떠올라야 하는데, 저기는 어떤 사람이 어떻게 죽은 데, 여기는 어떻게 죽은 데, 이런 게 계속 떠오르니까. 이게 힘든 거 같아요. 저희끼리는 농담 삼아서 나중에 나이 먹고 은퇴하게 되면 다른 지역 가서 살아야겠다고 이야기하거든요."

- 구조대원과의 인터뷰 내용 -


참고 : 외근직 소방공무원의 반복적 사망사고 노출 경험과 극복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한국화재소방학회 Vol. 35, No 4, pp. 97-106, 2021, DOI: http://doi.org/10.773/KIFSE.b725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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