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의 일반적 지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의 최종 목표는 환자 자신이 외상이 발생하기 이전의 기능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이전의 기능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것은 환자들이 외상 이전에 가졌던 세계로 그대로 되돌아간다거나, 있었던 사건을 없었던 일로 여기게 되는 마법이 아니다. 이는 외상 경험과 같은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자아 능력을 키운다든지 유연한 행동방식과 사고방식을 익힘으로 인해 외상적 사건을 받아들이고 그 경험들을 통합하여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게 된다는 뜻이다.
① 치료는 곧바로 시작할수록 좋으나 결코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지연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나 만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치료는 더 오래 걸리고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곧바로 치료받을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에라도,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증상들이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이해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비정상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침투 경험, 공포 반응, 해리 현상 등의 반응들은 대부분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이 지속된다는 것은 아직 소화되지 않고 통합되지 않은 체험의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비정상이 되어간다고 여기지 말고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마음먹는 것이 좋다.
③ 지지적 관계를 맺는다.
사회적 지지의 유무는 환자의 회복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적 지지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는 우선 가족, 친구, 이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의 이해와 격려, 정신적·물질적 도움 그리고 꾸준한 기다림 등이 있다면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같은 경험을 했거나 이미 어느 정도 극복한 사람들의 모임 혹은 이들을 돕는 기관이나 단체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④ 회피를 줄여나간다. 즉, 기억을 되살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치료되기 위해서는 회피의 감소가 중요하다. 회피는 정서 및 감정의 회피, 사건 기억의 회피, 행동적 회피, 해당 사건에 대한 의사소통의 회피 등 여러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다.
환자들이 외상 경험과 관련된 모든 것을 회피해버린다면 이 경험 자체를 소화해낼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충격적 경험은 해로운 채로 그대로 남아있게 되고 회피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 아예 가족과도 이야기를 거의 안 하게 되고 고립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외상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은 치유에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환자는 외상 경험을 가족이나 파트너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적절한 의사소통 기술을 가져야 하며, 한편 배우자나 가족들도 환자의 무거운 얘기를 경청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⑤ 외상 경험을 중립적으로 평가한다.
외상 경험을 한 사람들은 귀인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귀인이란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질문과 관련된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행동이든 했어야 한다고 끈질기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기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아 죄의식을 갖게 된다.
이러한 죄의식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귀인 양식의 변화를 통해 환자들은 고통스러운 기억과 정서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가지며, 자기 자신을 수동적 희생자로 간주하던 심정에서 벗어나 능동적 생존자로 여길 수 있게 된다.
⑥ 주저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한다는 것은 단지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생긴 불안, 회피, 약물 남용, 침투 증상 등을 없애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증상의 치료를 넘어서 더 넓은 의미의 치료, 즉 정신의 성장과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할 때는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발전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외상 사건을 경험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시간을 되돌려 그것을 없던 것으로 할 수 없다.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며, 그 경험과 기억을 가진 채로 살아가야 한다. 즉 환자의 삶은 외상 경험 이전의 익숙한 삶과 외상 경험 후의 새로운 삶으로 구별되게 된다. 따라서 외상을 경험하기 이전에 갖추지 못했던 새로운 사고방식이나 대처 방식, 의사소통방식, 인간관계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자원들이 새롭고 때로는 힘겨운 삶에서 자신을 지탱해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 충격적 경험이 남긴 영향(2016) 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