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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이 매일 실천하는 화재 예방법

by 은서아빠

나는 화재조사관으로서 매년 많은 화재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그 원인은 실로 다양하지만, 그중에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화재도 많다.

수많은 화재 현장을 직접 목격해 온 나는, 일상 속에서도 화재를 막기 위한 실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글은 화재조사관인 내가 직접 실천 중인 생활 속 화재 예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전기화재 예방은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다

외출할 땐 냉장고를 제외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전원 플러그를 뽑는다. 대기전력 상태에서도 전기적 결함이 생기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욕실 환풍기는 사용 후 반드시 끈다. 모터가 장시간 작동하면 과열 위험이 커지고, 환풍기 전선의 접촉불량으로 발생한 스파크가 내부에 쌓인 먼지에 점화되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인덕션, 에어컨, 전열기구 등 소비전력이 큰 가전제품은 멀티탭 대신 벽면 콘센트에 직접 꽂아 사용한다. 멀티탭을 사용한다고 100%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멀티탭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를 자주 접하고 있다.

분전함 주변의 누수나 먼지도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특히 오래된 건물일수록 전기 합선의 위험이 커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가전제품 제조사로부터 리콜이나 점검 안내를 받으면 반드시 즉시 조치한다. 예를 들어, 딤채 김치냉장고에서 화재 위험으로 인한 리콜이 실시된 적이 있다. 하지만 리콜 조치를 받지 않아 냉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주방 화재는 ‘잠깐’의 방심에서 시작된다

식용유를 사용해 요리할 때는 절대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기름은 순식간에 발화할 수 있다. 기름으로 요리할 때 불을 켠 채 자리를 비우는 행동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전기레인지 위에는 옷, 종이상자 등 가연물을 올려두지 않는다. 고양이가 전원스위치를 켤 수도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실수로 전원을 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익숙할수록 조심해야 한다

보조배터리는 침대나 소파 위에서 충전하지 않는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가연성 소재로 옮겨 붙으며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전 중 화재가 잦기 때문에 보조배터리를 충전한 채 외출하지 않는다.

나는 전동킥보드는 사용하지 않는다. 킥보드 충전 중 화재가 잦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사용할 경우에는 현관처럼 화재 시 대피가 어려운 장소를 피하고, 사람이 있는 시간에만 충전해야 한다.


차량 화재 예방은 정기 점검에서 시작된다

자동차는 엔진오일과 냉각수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과열은 차량 화재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장거리 운전이 잦거나 차량 연식이 오래된 경우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제조사로부터 점검이나 리콜 안내를 받으면 절대 미루지 않는다. 이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즉시 조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화재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대비라도 해야 한다

화재는 아무리 조심해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화재 발생 시 어떻게 대피할지를 가족과 함께 미리 이야기한다.

또한 나는 화재보험을 가입해 두었다. 보험을 사용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예기치 못한 피해를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모든 화재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실천하면, 충분히 많은 화재는 예방할 수 있다. 화재 예방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 속의 작은 주의와 습관에서 시작된다.

오늘 내가 실천하는 이 작은 습관이 누군가의 일상과 생명을 지켜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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