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재는 191,510건에 달한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47%, 90,844건이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다. 그저 순간의 방심이 만들어낸 결과치곤, 너무나 크고 무거운 숫자다.
그렇다면 어떤 부주의가 가장 많은 화재를 일으켰을까? 통계에 따르면 담배꽁초가 원인이 된 화재가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음식물 조리 중의 실수, 불씨나 불꽃을 방치한 경우가 이었다.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는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일어난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꽁초 하나가 베란다에 떨어져 불을 내기도 하고, 에어컨 실외기나 마른 낙엽에 불이 옮겨 붙어 예상치 못한 화재로 번지기도 한다. 그 불씨는 하루아침에 누군가의 일터를 잿더미로 만들고, 소중한 보금자리를 앗아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더욱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다 잠든 사람이 손에서 떨어뜨린 담배꽁초로 인해 불이 시작되었고, 불씨가 이불에 옮겨 붙으면서 순식간에 방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 결국 연기 속에 갇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
작은 담배꽁초 하나가 남긴 흔적은, 때로는 상상 이상의 피해로 되돌아온다. 몇 분 만에 한 사람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되돌릴 수 없는 생명이 사라지기도 한다.
물론 담배꽁초를 버리며, 이런 결과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주 작고 사소한 불씨 하나가 어딘가에서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불을 피우고 있을지 모른다.
담배꽁초 하나를 제대로 처리하는 일. 그것은 어쩌면 서로의 삶을 지키는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시작일 수 있다.
불은 늘 작게 시작하지만, 그 끝이 작다고 말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