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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스프링클러가 막은 대형 참사

by 은서아빠

2025년 7월 21일 오전 5시 40분경,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주민이 소화기를 들고 초기 진화를 시도했지만, 거세게 치솟은 불길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설비가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불길의 확산을 막아 소방대원 도착 전까지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화재는 소방당국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을 지상으로 견인해 소화수조를 이용해 진압한 끝에 오전 7시 39분에 완전히 꺼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민 수십 명이 대피하는 등 혼란이 있었다. 무엇보다 다행인 점은 평소 소방시설이 잘 관리되어 있어,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불이 났다’는 사건을 넘어, 전기차 화재와 지하주차장의 복합적 위험성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청당동 전기차 화재(자료 제공 : 동남소방서)

전기차 화재, 왜 위험한가?

전기차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화재 발생 시 ‘열폭주(thermal runaway)’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배터리 셀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화염과 유독가스를 동반하며 진압이 어렵다.
열폭주는 외부 충격이나 내부 단락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한 번 시작되면 배터리 전체로 빠르게 퍼진다. 게다가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장착되어 있어, 일반적인 소방호스나 장비로는 직접적으로 접근해 진압하기 어렵다. 그래서 화재를 끄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다량의 물, 그리고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다.


지하주차장의 구조적 한계

전기차 화재가 지하에서 발생했을 때 그 위험은 배가된다. 지하 공간은 일반적으로 환기가 어렵고, 소방차의 진입도 제한된다. 화염보다 더 무서운 건 연기다. 지하에서는 연기가 빠져나갈 공간이 제한돼 짧은 시간 안에 시야가 차단되고 질식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전기차가 타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식 수조, 질식소화덮개, 상방향 방사장치 등 특수 장비를 투입하기도 쉽지 않다. 2021년 8월 천안 불당동 지하주차장 화재 사례에서처럼, 일단 확산이 시작되면 수백 대의 차량이 순식간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번 천안 청당동 화재 역시 스프링클러가 없었더라면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화재, 이렇게 대비하자

전기차 화재는 완벽히 막을 수 없다. 하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의 화재는 ‘초기 진화’와 ‘소방시설 관리’가 핵심이다.


1. 스프링클러 설비 정상 작동 여부 수시 확인
스프링클러는 전기차 배터리 내부 열폭주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화재가 인접 차량으로 확산되는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2. 방화문과 제연설비 관리 철저히
연기 유입을 막고, 대피 시간을 벌기 위해 방화문은 평소 항상 닫혀 있어야 한다. 제연설비는 정기 점검이 필수다.


3. 화재경보 발생 시 현장 확인은 필수
화재경보 발생 시 ‘현장 확인 후 복구’가 기본 원칙이다. 이 원칙을 무시하거나 현장 확인 없이 시스템을 복구부터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화재도 늘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친환경적이지만, 화재 위험까지 ‘친환경’ 하진 않다. 위험을 알고, 대비하고, 꾸준히 점검할 때 진정한 의미의 ‘안전한 일상’이 가능하다.
이번 천안 아파트 화재는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끝났지만, 이는 ‘운’이 아니라 ‘준비’ 덕분이었다. 우리 아파트, 우리 지하주차장은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다시 점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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