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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배터리,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화재 위험

by 은서아빠

최근 경기 동두천의 한 아파트에서 캠핑용 배터리가 충전 도중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25분 만에 꺼졌지만 주민 여섯 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수십 명이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과 소방은 방 안에서 충전 중이던 대형 배터리에서 폭발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두천 화재 현장

이처럼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스쿠터 등 개인형 이동장치 사용이 늘면서 화재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678건 발생했으며, 이 중 71%가 전동 킥보드에서 일어났다.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불이 붙으면 ‘열 폭주’ 현상으로 순식간에 번진다는 점이다. 내부 분리막이 충격이나 열에 의해 손상되면 눈에 보이지 않게 열화가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폭발적인 화재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7월 부산에서는 전동 스쿠터 배터리 화재로 일가족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전문가들이 이를 “시한폭탄과 같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특히 여름철은 위험이 더 커진다. 최근 5년간 여름(6~8월)에만 247건, 전체의 36% 이상이 이 시기에 집중됐다. 뜨거운 날씨에 장시간 주행하면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충격이나 습도까지 겹치면 폭발 위험은 더욱 커진다.


생활 속 작은 습관이 안전을 지킨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몇 가지 기본 수칙만 지켜도 사고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충전은 깨어 있을 때만: 혹시라도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바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안전한 충전 환경: 현관처럼 화재 시 대피에 방해되는 장소는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충전한다.

배터리 관리는 철저히: 인증된 제품과 충전기를 사용하고, 파손되거나 부풀어 오른 배터리는 즉시 사용을 중단한다. 주행 중 큰 충격을 받았다면 반드시 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생활 속 작은 습관이 화재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 단지 내 공용 충전존, 현실적 대안 될까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등 개인형 이동수단(PM)의 사용이 늘면서 배터리 충전으로 인한 화재 위험은 이미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많은 화재가 가정에서 충전 중에 발생했으며, 이런 이유로 주민 안전을 위해 아파트 단지 내 공용 충전존 설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듯, 소형 배터리를 위한 안전한 충전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각 가정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충전하는 것보다, 안전장치가 갖춰진 공용 공간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다만 현실적인 과제도 있다. 설치·운영 비용, 전기 사용료 분담, 주민 합의가 필요하고, 현재는 소형 배터리 전용 충전소에 대한 법적 근거와 안전 기준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더 안전한 차세대 배터리의 개발이다. 실제로 불연성 전해질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등 안정성이 강화된 기술이 연구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전까지는 ‘충전존’ 같은 안전한 인프라를 마련해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중요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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