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아이
예전에 ‘똥이 황금색인 걸 보니 장이 아주 튼튼하구나’ 라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그 말은 한동안 유행어처럼 퍼졌고, 나는 가끔 아이들을 보다가 문득 그 광고 문장이 떠오르곤 한다.
신기하게도 아이들마다 응가를 하는 시간이 비슷하게 정해져 있다.
아침에 오자마자 다녀오는 아이도 있고, 간식이나 점심을 먹은 뒤에 신호가 오는 아이도 많다.
집에서 해결하고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요즘은 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루 한 번쯤은 원에서 해결한다.
그중에서도 점심시간은 좀처럼 피해 갈 수 없는, 아이들만의 응가 시간이다.
점심시간.
배식을 위해 비닐장갑을 끼고 밥주걱을 드는 순간, 한 아이가 벌떡 일어나 말한다.
“선생님, 똥 싸고 올게요.”
그 말에 교사는 ‘이제 올 게 왔구나’ 생각한다. 막 배식 준비를 마친 참인데 다시 자리를 떠야 한다니, 속으로만 한숨을 삼키며 아이를 향해 말한다.
“어, 그래. 다 싸면 불러.”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남아 있는 아이들에게 배식을 이어간다. 잠시 후,
“똥 다 쌌어요!”
힘찬 목소리가 교실에 울린다. 교사는 밥을 뜨다 말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의 뒤처리를 도우러 간다.
배식은 무엇보다 청결이 우선이다. 그래서 아이의 뒤처리를 하러 가기 전, 배식 앞치마를 벗고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뒤처리를 마친 뒤에도 다시 손을 씻고, 앞치마를 입고, 비닐장갑을 끼는 과정을 거쳐야만 배식을 이어갈 수 있다.
번거롭고 불편한 순간이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뒤처리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배식을 이어간다.
배식을 마치고 나면 이제야 교사도 밥을 떠 먹을 차례가 된다.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점심시간이듯, 교사들에게도 점심시간은 하루 일과의 절반을 알리는 중요한 시간이다.
비록 밖에 나가 여유롭게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는 없지만, 간이 덜 된 국과 반찬에 길들여진 교사들에게도 점심시간은 그래도 유일한 낙이다.
배식판에 밥을 수북이 담고 반찬을 가득 채운 뒤 숟가락을 드는 순간, 한 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저 똥 마려워요.”
그 말이 들려오자, 밥을 밀어 넣기 위해 벌려 있던 교사의 입이 공기만 삼킨 채 쉽게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래, 똥 싸고 오너라.”
태연한 목소리로 말은 하지만, 머릿속은 이미 복잡해진다. 밥을 먼저 먹어야 할지, 응가를 먼저 해결해야 할지, 숟가락을 든 채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그래도 먹기 전에 시작된 응가 릴레이가 여기서 끝나면 괜찮다.
하지만 밥을 먹는 도중, 입속에서 열심히 씹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숟가락을 내려놓게 될 때도 있다.
입에 있는 밥을 뱉어야 할지, 그냥 삼켜야 할지 잠시 고민하게 된다.
“선생님, 똥 다 쌌어요.”
“그래, 물 내려. 선생님 갈게.”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과는 자연스럽게 약속이 생겼다. 물을 먼저 내려 주는 작은 배려.
아이는 약속이라도 한 듯
“물 내렸어요!”
하고 교사를 재촉한다.
아이의 뒤처리를 하며 응가가 휴지에 묻어나오지 않으면 교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하지만 찰떡같은(?) 응가가 휴지에 묻어 나오면, 머릿속으로는 짧게 한 문장이 스친다.
‘아, 밥은 다 먹었다….’
교사의 성향이 어떤지, 초보인지 경력자인지에 따라 다시 밥을 먹을지 말지의 선택도 달라진다. 가끔은 먼저 밥을 먹은 교사가 대신 도와주는 구세주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것 역시 교사의 일이라 여기며 묵묵히 받아들인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릴레이처럼 응가를 하는 요일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목요일이나 금요일처럼 한 주의 끝을 알리는 날이면, 이 반 저 반 할 것 없이 응가 릴레이가 이어진다.
물티슈를 들고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교사를 보면 동료들은 슬쩍 말을 건넨다.
“오늘이 그날이군요.”
“똥 데이죠.”
하며 함께 웃는다.
그러던 어느 날, 물을 내리지 않은 아이의 뒤처리를 해 주게 되었다. 아이가 물을 내리지 않아 교사가 말했다.
“응가 하고 물 내리고 불러 주면 안 될까?”
그러자 아이가 교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엄청 긴 바나나 똥 쌌어요. 선생님 보여 주려고 물 안 내렸어요.”
아이의 말에 시선이 향한 변기 안에는 정말 바나나처럼 길고 굵은 황금 똥이 자리하고 있었다.
순간 웃음이 터지면서도, 저 작은 배 속에서 이걸 밀어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하루 한 번 스스로 응가를 해낸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아직 뒤처리가 서툰 아이들에게 교사의 손길은 꼭 필요한 도움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른도 화장실을 자주 못 가면 얼굴빛만 봐도 알 수 있듯, 아이들이 건강하고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편하게 응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의 응가를 닦아 주며 떠올랐던 짧은 생각 속에서,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응가 시간은 어느새 아이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정리되었다.
처음엔 힘들고 낯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교사는 응가를 닦아 주고 다시 돌아와 밥을 또 먹는다.
‘똥이 황금색인 걸 보니 장이 아주 튼튼하구나.’
그 옛날 광고 문구를 떠올리며, 오늘도 아이들의 건강을 조용히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