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작하는 이야기

엄마와 나, 그리고 나의 아이

by 글 쓰는 사람

엄마, 오늘 저녁 반찬은 뭐예요?


큰 아이가 주방에서 분주한 내 곁으로 다가와 묻는다. 시선은 이미 인덕션 위에 올려진 냄비 안을, 혹은 프라이팬을 향해 있다.


김치부침개 하는 중이야.

카레 하고 있어.


큰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보이면 아이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싸!” 큰 소리를 내며 기뻐한다. “오늘 밥 많이 주세요!”라는 푸짐한 말을 더하면서.


고등어 굽는 중인데.


이따금 큰 아이가 싫어하는 반찬을 하고 있을 때면 아이는 금세 실망한 얼굴이 되어선 거실로 돌아간다.


앞치마 두른 내가 요리하는 동안 내 요리를 한껏 기대하는 아이들, 뒤 이어 즐거운 대화가 끊이지 않는 가족들과의 식사자리. 어릴 때부터 꿈꿔온 가정의 모습이다. 맞다, 나는 꿈을 이루었다.


어릴 때 나는, 엄마의 주방 보조였다. 기억이 나는 때부터 큰 언니는 늘 책상에 앉아 공부를 했고, 둘째 언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곱 살이 되도록 한글은 몰랐지만 동네 아이들을 모아 대장 노릇 하며 놀기를 좋아하고 먹는 걸 무지 좋아하는 나는, 엄마가 일 시키기 좋은 막내였다.


나도 좋았다.


엄마가 있고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주방에 있는 것이, 좋았다. 엄마가 음식 만드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 만들어진 음식 맛을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참 좋았다. 엄마 옆에 바짝 붙어 서선, 고추장에 참기름이 들어가 고소하고 아삭 시원한 오이무침을, 탱글탱글 씹히면서도 알싸하게 매콤한 콩나물무침을 가장 먼저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담백하고 깔끔한 엄마 요리가 좋았고 내 입 안을 스치듯 지나가는 양념 묻은 엄마의 손이, 참 좋았다.

많은 반찬이 내 입에 가장 먼저 들어갔고 내 기호에 따라 간이 맞춰졌다. 그럴 때면 엄마는 나를 바라봐주었다. 음식 양념이 묻은 손을 살짝 들어올리고서 내 입에서 나올 평가의 말을 기다렸다. 맛있어요, 라는 답이 내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양념 묻은 엄마의 손은 다시 음식 안으로 들어가 음식들을 집어 접시 위로 옮겼다.


결혼을 하고 주방에 설 때마다, 좁은 주방 안에 섰던 젊은 엄마와 그 옆에 바짝 붙어선 어린 나를 만났다. 어린 내 두 눈 가득 들어찼던 엄마가 오감으로 느껴져서 불린 미역을 굵은소금으로 빨다 눈물을 찔끔하고 튀김옷 입은 돼지고기를 뜨거운 기름에 튀기다 웃었다. 생물 고등어를 흐르는 물에 씻어내는, 때론 참아내기 힘든 일도 엄마를 떠올리면 참을 수가 있었다.


엄마가 서른한 살이던 82년 무더운 여름에 내가 태어났다. 엄마와 나는 서른 살 차이가 난다. 나와 큰 아이도 서른 살 차이가 난다. 내가 서른한 살이던 해, 더운 여름의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초 가을에 큰 아이가 태어나면서 엄마와 큰 아이는 육십 년 차이가 나는 띠동갑이 되었다. 큰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면서 큰 아이가 내 어릴 때 먹성을 물려받은 듯 지나치게 잘 먹을 때마다 나는, 내 나이와 같은 나이의 엄마를 만난다.


이곳에 담아낼 이야기들은

내 주방에서 요리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만들며 만난

엄마와 내 아이들, 가족 이야기다.

그리고

음식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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