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행동
길이 더 이상 없었다.
신랑은 차를 세웠다. 신랑은 스마트폰을 열어 지도를 열었다. 나는 몸을 살짝 돌려 차 뒤쪽을 살폈다. 맨션 주차장으로 들어가던 차가 멈추더니 조수석 문이 열렸다. 조수석에서 사람이 내렸다. 그 사람이 우리 차를 향해 걸어왔다. 긴장한 얼굴의 신랑이 백미러를 살폈다.
- 어떡해.
짧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어서 남자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오니 여자분이었다. 안경을 쓴 노년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운전석 쪽으로 걸어왔다. 그 사이 뒤차는 맨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신랑이 차 문을 열었다.
-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초행길이라.
신랑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주말, 장을 보러 나가는 길이었다. 어느 때처럼 두 아이는 나가기 싫어했기에 우리 부부만 차에 올라탔다. 신랑은 주유를 하고 가야 한다며 동네 주유소부터 가자고 했다.
- 드라이브하기 좋은 날씨네.
맨션을 벗어나고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면서 신랑이 조금 신난 듯 말했다. 나는 그러네 하고 맞장구를 쳤다. 햇살이 눈부시게 좋은 날이었다. 신랑과 나는 맑은 하늘을 보다 아이들과 함께 나왔으면 좋았을 거라고 이야기했고 결국 주유소에 들렀다 경치 좋은 카페라도 가자고 했다. 장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라고.
맨션 뒷골목으로 들어가니 주택가 좁은 골목이 이어졌다. 좁은 골목에서는 조수석에 앉은 나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좁은 골목길 좌우로 몇 미터 간격으로 전봇대가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이 길을 차로 가는 건 처음이네.
주택가를 나와 고가도로로 올라가며 신랑이 말했다. 우리 차가 고가 도록에 올라탄 순간, 나는 뭔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말을 신랑에게 하려는 찰나.
- 빵!
맞은편에서 올라오던 차가 멈춰 서며 클랙슨을 크게 울렸다. 일본에서 처음 듣는 클락션이었다. 라이트도 번쩍였다. 조금 전에 내가 느꼈던 이상함을, 신랑도 그제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일방통행 도로였던 것이다. 신랑이 손을 들어 맞은편 차량에 인사를 했다. 깜빡이 켜고 얼른 후진을 했다. 침착하게 후진을 하고 있었지만 신랑의 얼굴 가득 긴장과 놀람, 불안이 가득했다. 신랑과 나는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것이 맞은편 차량에서 안 보인 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미안함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신랑이 고가도로를 빠져나와 차를 돌려 새로운 길에 들어설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장한 신랑은 눈앞에 보이는 골목길로 차를 몰았다. 돌아보니 불행하게도 조금 전 마주친 차도 우리 뒤를 따라 골목을 들어오고 있었다.
신랑은 말이 없었다. 그저 길을 따라 운전을 할 뿐이었다. 나는 계속 뒤차를 힐끔 거렸다. 그렇게 들어선 곳이 막다른 골목이었다. 우리 차가 멈춰 서고 뒤차도 멈춰 섰다. 뒤차는 뒤쪽으로 보이는 맨션 주차장 입구로 차머리를 돌렸다.
- 아, 저기 맨션 주민이셨구나.
괜한 오해를 했다고 생각하며 안심하는 찰나, 조수석에서 사람이 내렸고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신랑은 차문을 잡고 나갈 듯이 몸을 움직였다가 차문을 내리려고 하다가 다시 몸을 움직이는데 긴장한 탓인지 뭐가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 사이 여성은 우리 차에 도착했다. 신랑이 잡았던 차문을 놓고 창문을 내렸다. 그리곤 서둘러 사과의 인사를 했다.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했다.
- 어디로 가는 길이었나요?
예상과 달리 친절한 목소리였다. 여성분의 조심스러운 태도에 놀란 신랑이 얼른 답을 못했다. 여성은 손짓을 해 보이며 큰길로 나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감사 인사를 했고 여성은 웃으며 답했다. 그리곤 맨션 안으로 들어갔다.
- 많이 놀랐지?
나는 신랑에게 하고 싶었던 질문을 그제야 했다. 신랑이 긴장이 풀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방통행인 줄 몰랐다는 말과 그래도 좋은 분들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말과 괜히 안 가본 길을 갔다는 말이 뒤죽박죽 뒤섞여 나왔다.
신랑이 차를 돌렸다. 조금 전 여성분이 알려주셨던 대로 길을 따라 내려가서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핸들을 꺾었다. 말씀대로 큰 길이 나왔다. 신랑이 깜빡이를 켜고 차를 몰았다.
- 그분들도 놀라셨을 텐데... 정말 감사하다.
내 말에 신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렇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른이구나 싶었다. 상대의 실수에 비난을 앞세우기보다 친절한 태도로 물어봐주는 것 그리고 사과할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준 행동이었다.
앞으로 뚫린 도로를 바라보며 우리도 그런 어른이 되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