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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로등 Aug 27. 2020

지금은 전국 폐쇄중

인도의 폐쇄 상황에서 감사함 갖기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의 전염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간의 거리를 늘리는 것 만이 이 나라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모디 총리는 전국에 폐쇄령(lockdown)을 내렸다. 이미 지난 3월 22일 일요일 하루동안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총 14시간동안의 통행금지(curfew)령이 발효되었던 터라 2주째 집에 같혀있는 중이다.


통행금지와 폐쇄령은 달랐다. 전자는 집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했고 남편의 공장은 가동되었지만, 후자는 집에서 가족당 한 명씩은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은 제한된 시간안에 생필품을 구입하는 경우에 한했다. 그리고 공장은 멈추었고, 주 간의 이동도 금지되었다. 기차, 버스 그리고 비행기까지 모두 멈추었다. 국제선도 이미 인도에 착륙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아이들은 3월 중순 갑자기 단기방학에 들어갔고 새학년을 시작하기로 했던 4월 1일부터는 온라인 클래스로 개학을 했다. 학교 선생님들로 부터 전달받은 시간표의 시간을 클릭하면 구글 미팅으로 연결되면서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 각 교과목 선생님들도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그런데, 하루에도 여러번 정전이 되고,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이곳에서는 수업이 끊기기도 한다. 들어가려는 수업에 선생님이 참여 허락을 해줘야 하는데, 하염없이 ‘참여 요청중’ 메시지만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도 노트북, 태블릿, 모바일폰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수업에 대부분 참여한다. 나이가 어리지만 4학년은 물론이고 2학년 (한국나이 8세)들도 수업을 따라가며 마이크에 대고 대답도 하고, 필기도 하면서 곧잘 수업도 따라간다. 숙제는 왓츠앱으로 워크시트 파일이 전달되면 출력해서 푼다.


아이들의 수업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첫째 아이들의 질문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분명히 공지가 오기에는 마이크와 카메라를 끄고 수업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실제 수업을 보니 선생님이 필요에 따라서 마이크를 키고 대답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카메라를 통해 출석체크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하다보니 마이크를 켜놓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중에도 질문은 쏟아진다. 선생님은 자기 얘기 끝나고 질문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선생님이 말하는 동안에 대놓고 질문을 하다니...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의 학창시절에는 질문이 있어도 수업시간보다는 쉬는 시간에 선생님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시간에 질문하면 다른 아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선생님들도 진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답을 안 해 주시는 경우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비록 인도의 한 지방도시의 국제학교 수업시간이지만, 신선함이 느껴졌다.


둘째,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이다. 인터넷망은 비록 사업자는 개인이지만, 성격은 국가기간산업이라고 할만하다. 그만큼 생활의 기본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도에 와서보니 한국보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정전이 잦아서 공유기가 자주 꺼진다. 뭔가 인터넷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가 중단되는 경우도 많고, 데스크탑은 따로 비상전원에 연결해 놓지 않으면 하던 작업이 날라가기 일쑤이다. 하지만, 아이들 학교의 학생들은 불시에 온라인 클래스를 시작했어도 태블릿이나 컴퓨터가 없어서 수업에 못 들어오는 경우는 없는 듯 하다. 개인의 구매력을 국가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대학교는 미국이나 영국으로들 가는 것 같다.


인도에서 2년째 살아오면서 그동안 내가 알고 생각해왔던 지점들이 수시로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불편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미소짓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질 때도 있다.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필수 식재료뿐인 지금 이곳에서 (아마존으로 주문했던 책들은 줄줄이 환불처리 되었다. 필수재가 아니므로) 삶의 긍정을 찾기는 오히려 쉽다. 비록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못 나가는 아이들이지만 웃고 몰두하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함께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부쩍 많아진 집안일을 한 가지라도 찾아서 해 내는 남편을 보며 지금 여기에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걱정하기 시작하면 마른하늘의 먹구름처럼 솟아오르지만, 어짜피 걱정한다고 해결 될 일은 없지않은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서로에게 감사하기. 그것 만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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