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돌보기
두 달쯤 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주변에서 전혀 달리기를 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코칭앱대로 따라 하면 어느새 30분을 달리게 되더라면서 스스로에 대한 놀라움과 대견함을 담아 얘기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움직였었다.
같은 앱을 깔아 코치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달리다 보니 나도 이제는 15분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됐다. 저녁을 먹고 뛰니 몸이 폭발할 것처럼 괴로워서 적게 먹게 되고, 체중이 줄기 시작하니 선순환이 생겨서 달리게 된다.
체중이 조금씩 줄어들자, 몇 년간 해 왔던 걸어서 출퇴근하기도 기본 운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 의미 있는 일상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하루 왕복 6km 정도를 한 시간 남짓 걸어도 체중은 그다지 줄지 않는다.
몸에 신경을 쓰다 보니, 매달고만 다녀도 아프던 팔을 보기도 좋고 튼튼하게도 만들어보자 싶어서 푸시업을 한다. 기왕이면 다리도 해보자 싶어 스쾃도 한다. 이 두 가지는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 할 만큼 시간도 별로 안 드는데, 나름 몸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있고, 어제까지 한 노력을 허사로 만들기 싫어서 매일 하는 중이다.
이 모든 노력과 작은 성취들을 '무(無)'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배부르지 않게 먹으려 노력한다. 되도록이면 자연 상태의 재료를 유지하는 음식 위주로 먹으려고도 한다.
두 달이 지나고 보니, 체중은 4-5kg 정도 줄었지만 그 숫자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건 하기 싫어도 중요한 것을 먼저 하고 있는 나의 태도다.
어제까지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이 행동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내게 가장 좋은 일들임을 알아차리는 마음이 크다. 물론 '하지 않았을 때 내가 크게 실망할만한 일'이라서 '중요성'을 갖게 되는 점도 있다.
이렇게 먹고 움직인다고 해서 병이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암(癌) 중에서는 운동의 예방 효과가 밝혀진 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내가 노력한다고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에 한해서는 얘기가 다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고, 전자에 해당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생활에 평온함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매일 깨닫는 중이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을지, 운동을 할지 말지와 어떤 마음으로 할지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의해 못하게 되는 날도 있다. 그건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못할 수도 있지. 단, 할 수 있는 날은 하는 거다.
나와 다투지 않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해내도록 격려하고, 대견해하며, 어깨를 감싸 안고 격려해 주는 것. 그게 내 생활에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결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들을 해 내는 것은 나 자신과 평온하게 지내기 위함이라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내 일상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고통과 슬픔을 만나기도 하고, 갈등과 난제가 펼쳐지기도 하고, 즐겁고 평온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몸을 돌봄으로써 나와 편하게 지내며, 내 삶을 더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