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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근 Oct 20. 2023

금단현상 없이 담배를 끊다.

질문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준 경험

흡연자였던 나는 이번에는 담배를 내 실험대상으로 삼아 보기로 했다. 지난 세 번의 담배 끊기 노력이 실패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의존증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심산이었다.  특별히 대단한 준비는 없었다. 하루 마음을 먹고 내가 왜 담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담배가 나에게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럼 의존증을 좀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담배를 대상으로 한 내 첫 실험]

나는 금단현상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계속 피우도록 몸에서 반응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의존증'이라고 한다. 의존증이라고 하면 내 몸이 무언가에 의지를 한다는 말인데 이 말을 내 식대로 생각해 보면 내 몸이 무언가에 의지한다는 것은 중요하게 여기기에 의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나는 어떤 부분에서 의지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지만 이 부분은 막연해서 다음생각으로 이어 나갔다. 


이번에는 좀 다르게 접근해 봤다.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도 반대로 피지 않았던 경험을 떠올려 봤다. 불현듯 떠오르는 경험이 생각났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생각해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경험이었다. 매번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내 나름의 통제력이 있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생각으로 접근해 봤다. 혹시 의존증이나 금단현상이 심리적인 현상이라면 어떻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서로 의존할수록 해어지기 어렵다고 한다.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도 정이 떨어지면 오히려 해어졌을 때 그다음 날 개운하고 속 시원하다는 말을 실제로 들었던 경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의존증이나 금단현상을 심리적인 현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나 관찰하기]

이런 생각들을 기반으로 하나씩 내 상태부터 풀어보기로 했다. 


"나는 쉬는 시간에도 담배를 피운다."

"친구를 만나도 담배를 피운다." 

"술을 마셔도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피우다가 속이 울렁거려도 계속 피운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피우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단서를 발견했다. 나는 평소 무엇을 하든 담배를 피우면서도 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피우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혹시 담배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인가?라는 생각이 뒤를 이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가 처음 담배를 시작했던 순간을 떠 올렸다.


중학교 때 친구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서 처음 시작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시작한 이유는 친구의 권유로 시작을 했지만 그 속은 사실 그 친구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시작을 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 때도 나는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릴 적 나는 친구와 함께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던 시간도 늘었고 횟수도 늘어났다. 나는 어떻게 담배가 늘었는지를 생각해 봤다. 


"처음은 친구와의 관계와 호기심에 시작했다."

"일부러 친구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시간을 만들었다."

"친구와 자주 만나면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친구와 같이 있지 않아도 어느 순간부터 혼자서도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혼자서 담배를 피워도 어색했는데 이제는 어색하지가 않다."

"혼자서 피던 나는 길을 다니면서 피우는 것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길을 다니면서 피웠던 경험은 왠지 나를 더 떳떳한 사람으로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

"일부러 나는 더 당당해 보이기 위해 길을 다니면서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밥을 먹고 난 후부터는 담배부터 찾았고 쉬는 시간에도 담배부터 찾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친구와 담배를 피우자는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잠깐 쉬자, 이야기 좀 하자, 잠시 생각 좀 하자 등, 담배를 피우는 하나의 행동은 여러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의미로 해석되었다."


 이 정도까지 생각해 보니 담배도 마치 생물처럼 진화하는 것 같았다. 마치 나를 잠식해 나아가는 것 같았다. 그 결과 나는 본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나를 담배를 피우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상대를 생각해서 피우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정리해 봤다. 30살인 지금 내 주변을 보면 이제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이 적어졌다. 때로는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나도 담배를 피우는 횟수도 약간 줄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굳이 담배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사실 내가 태어나면서 담배를 피운 것 도 아닌데, 왜 지금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던 걸까, 사실 나는 담배보다는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굳이 담배를 고집하면서 피울 필요가 있는지도 생각해 봤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담배를 시작하게 되었고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담배를 피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사라지고 내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으로 규정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까지 생각하자 마치 잃어버린 초심을 다시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담배를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니 지금 상태라면 굳이 내가 담배를 고집하면서 필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나는 사실 담배를 피울 이유가 없다."

"나는 사실 담배를 피우던 사람도 아니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내가 왜 담배를 피우게 되었고 내게 담배는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그래, 담배는 나에게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거야, 나에게 의미는 바로 사람이었던 거야"

"어릴 적 친구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담배는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고 그런 상황도 아니니깐, 굳이 담배로 사람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으니깐, 지금의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고 가치도 없어"

"그런데도 내가 고집한다는 건 오히려 이상해 보여~"

"이런 상황이라면 이제는 담배를 그만해도 될 것 같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담배가 아니어도 나는 이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한 상황이야"


"그래서 이제는 상관없어, 담배는 사실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거야" 


이렇게 까지 생각하자 나는 자연스럽게 담배가 사실 나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고 의미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갑자기 몸에서 뭔가 쓸려내려 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차분해졌고 편안해졌다. 순간 나는 이 느낌이 이상했다. 설마 지금 나는 정말 담배에 대한 욕구가 사라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설마하며 진짜인가를 의심해 봤지만 당장 확인할 길은 없었다. 하지만 내 느낌은 더 이상 담배에 대한 욕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감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내 상태의 답을 찾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 내 상태의 변화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담배를 피워야 할 시기쯤이 되어서 나는 나를 관찰했다. 몸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일시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우고 싶은데 참자는 욕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비로소 내가 담배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술을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담배에 대한 욕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심지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만나도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단 한 번의 고비도 없이 처음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사람으로 되돌아갔다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는 정말 신세계였다. 담배는 끊는다는 생각으로 도전했을 때는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왜 담배를 피우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았고 그 이유로부터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스스로 확신이 드는 순간 담배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 내입장에서는 어디서도 보고 또 듣지 못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직접 경험한 내 입장에서는 이 신기한 경험을 그냥 놓칠 수 없었다. 가능하다면 이 경험을 기억하고 또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경험이 어떤 경험인지를 나는 나에게 숙제를 주고 본격적인 자문자답이라는 질문의 세계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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