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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르텡 Apr 05. 2024

유재석, 김연아, 손흥민을 모르는 아이

초1, 부모 참관수업 후기


  둘째는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부모가 참여하는 행사가 있으면 꼭 와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그래서 어린이집 숲 체험에 두 번 정도 참여했다. 친구들과 놀아주는 아빠를 둘째는 언제나 뿌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지난 3월 29일 첫 참관 수업에 다녀왔다. 교사인 아내도 수업을 바꿔 함께 참여했다.  


  12시 20분, 교실 복도에는 참관 수업을 보러 온 부모들이 모여 있었다. 부모들이 교실 뒤편에 자리 잡았고 담임 선생님은 학부모들에게 몇 가지 당부사항을 말한 뒤 수업을 시작하셨다. 둘째는 교실 뒤에 있는 아빠를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눈짓을 보냈다. 어린이집에서 보내던 뿌듯한 눈빛이었다. 수업 주제는 ‘나의 꿈‘이었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직접 적고 앞에 나가서 발표를 했다. 그림 그리는 순서에는 열정적으로 예술혼을 뽐냈다. 그림을 다 그린 후에는 사용한 용품을 가지런히 정리해 서랍에 넣었다.




  둘째는 수줍음이 많다. 확신이 없으면 대답도 주저한다. 수업 시간에도 그런 성향이 그대로 나타났다. 작은 목소리로 부끄러워하며 발표를 했다. 선생님이 문제를 내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랐다. 타고난 기질 중 많은 부분이 나를 닮았다. 그래서 공감도 되지만 걱정도 된다.


  수업 중에 선생님께서 퀴즈를 내셨다. 누군가의 어릴 적 사진과 함께 몇 가지 단서를 함께 보여주고 이름을 맞추는 퀴즈였다. 사진과 힌트를 본 아이들은 큰 소리로 ‘유재석’, ‘김연아’, ‘손흥민’을 외쳤다. 시온이는 틀리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인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시온이는 평소 TV나 유튜브를 보지 않아서 유재석, 김연아, 손흥민이 누구인지 모른다. 주저하기도 했겠지만 몰라서 대답을 못했구나 싶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서 물어보니 친구들에게 이름은 들어봤다고 했다.




  시온이가 수업시간에 대답을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직접 보고 나니 불현듯 모두 아는데 혼자만 몰라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적은 미디어 노출은 바람직하나 걱정도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식사할 때 영상은 보여주지 말자고 했다. 물론 평소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는 시간을 정해 보여 주었다. 뽀로로, 옥토넛, 티니핑을 거쳐 지금은 포켓몬에 정착해 있다. 하지만 아내와 내가 TV를 거의 보지 않아서 그 외에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먼저 TV나 유튜브를 보여 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요즘은 지난 겨울에 산타 선물로 받은 닌텐도를 함께 하고 있다. 유튜브 시청 대신 가족이 함께 모여 게임을 즐긴다. 마리오, 커비도 하고 첫째가 직접 산 ‘동물의 숲’도 가족 모두가 힘을 합쳐 섬을 가꾸고 있다.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여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는 항상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어른들도 미디어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완전히 금지할 수도 없고, 중독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어릴 때는 식사할 때 불편을 감수했다면 이제부터는 부모가 미디어를 줄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부모 참여수업을 다녀오고 나서 작은 고민도 생겼지만, 아이들은 양육한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언제나 결론은 나부터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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