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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르텡 Jul 18. 2024

테니스 함께 치는 부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2023년,

아내는 휴직하는 동안 테니스를 시작했다.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일주일에 두 번 레슨을 받았고 친한 언니와 멤버들을 꾸려 테니스를 쳤다. 하지만 아내는 복직을 하면서 레슨도 그만두었고 평일 오전에 테니스를 치던 멤버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었다. 아내는 많이 아쉬워했다.


어느 날,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주말에 같이 테니스 치는 건 어때?”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럴까? 좋지”


하지만, 나는 20년 전 대학에서 교양 과목으로 라켓을 잠깐 잡아 본 경험을 빼면 테니스를 배운 적이 전혀 없었다. 엉망일 테지만 아내를 생각해 일단 함께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라켓 운동인 배드민턴을 2년 넘게 배웠고,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서 어떻게든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라켓을 2개 가지고 있어서 아내 라켓으로 시작했다. 주말 테니스 코트를 예약하기 쉽지 않지만 예약 개시 시간에 맞춰 클릭하면 어렵게 구할 수는 있었다. 테니스화도 없이 가볍게 랠리부터 시작했다. 생각보다는 할 만했다. 물론 겨우 라켓에 공을 맞추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공을 때리는 타격감이 좋았다. 아내도 오랜만에 테니스를 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둘 다 실력이 부족하고 초보가 단식으로 랠리와 게임을 하려니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함께 복식 게임을 할 멤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친구네 부부가 떠올랐다. 오랜 친구인데 아내도 테니스 실력자이고 친구도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친구네 부부와 함께 치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아내는 함께 치면 좋겠지만 친구 아내가 실력자가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래도 내가 적극적으로 제안해 보겠다고 했고, 제안을 받은 친구도 좋다고 했다. 마침 친구네도 아이가 둘이라 함께 운동하고 아이들이 함께 노는 시간을 갖고 저녁까지 먹기로 했다.


그렇게 6월, 우리 네 명은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첫 2시간을 마친 우리는 모두 즐거웠다. 아내가 먼저 다음 운동 날을 잡자고 제안할 정도였고, 친구네 부부도 크게 좋아했다. 초보들은 게임 멤버 구하기 쉽지 않은데 네 명이 함께 치니 의외로 게임이 비슷하게 흘러갔다. 친구는 지금껏 해 본 취미 중에 테니스가 가장 재밌다며 테니스에 푹 빠졌다(약간 과장도 포함된 것 같기는 하다). 친구 아내도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잠시 중단했던 테니스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아내를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테니스였지만 아내와 함께 윔블던 생중계를 챙겨 볼 정도가 되었다. 매주 테니스를 하게 되면서 자전거를 처분하고 내 테니스 라켓과 테니스 가방을 장만했다. 방학이 되면 아내와 2:1 레슨도 받을 계획이다. 지난 주말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연속으로 함께 운동했다. 친구가 팀 모자까지 선물해 줬다.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지내는 부모라고 생각한다. 부부가 함께 운동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아내에게 골프를 배우라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테니스를 시작했다. 골프든 테니스든 크게 상관없다. 부부가 함께 땀을 흘리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 아내가 주변에 남편과 주말마다 테니스를 친다고 하면 모두 부러워한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무엇이 진짜 행복하고 중요한 길인지 잘 알고 있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바꾸어 버린 시대에 살고 있지만, 소중한 가치를 놓치지 않고 싶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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