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의 기록
분당에서 근무한 2년을 돌아보며 추억 쌓인 장소는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평소 아침을 챙겨 먹지 않는다. 대신 출근길에 따뜻한 라떼를 마신다. 혹시 스타벅스에서 라떼를 사게 되면 바닐라 시럽을 추가한다. 바닐라 시럽은 스타벅스가 최고다. 고소한 우유 거품과 함께 느껴지는 커피 향이 좋다. 그래서 라떼를 좋아한다.
라떼도 맛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우유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비율에 따라 다르다. 쓰지도 않고 연하지도 않은 그 어느 지점이 있다. 분당에서 그 지점을 충족한 라떼를 파는 곳이 ‘Trust Specialty Coffee‘ 였다. 맛있는 라떼가 생각나면 여기를 방문했다. 부드러운 라떼가 담긴 검은색 테이크아웃 잔이 매력적이다. 물론 마셔 본 라떼 중 최고는 아니지만 정자동에서 라떼를 생각하면 여기가 떠오른다.
점심시간은 나에게 작은 휴식시간이었다. 점심 같이 먹자고 하면 알아서 먹겠다고 둘러대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탄천‘을 뛰기도 했다. 사무실에서 나가 2분만 걸으면 탄천이어서 러닝을 하기에 최고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은 달리기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운동복과 운동화를 갖춰 입고 10킬로를 한 시간 남짓 뛰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숨을 고르고 샌드위치나 김밥을 사서 사무실에 돌아와 샤워를 했다.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땐 혼밥도 자주 했다. 혼밥 하러 자주 간 곳이 ‘브리즈번 버거‘ 였다. 7~8천 원 단품 햄버거가 주는 여유로운 점심이었다. 때로 점심을 먹지 못했을 때는 포장해 먹기도 했다. 메뉴 중 ‘루꼴라 트러플 버거’는 루꼴라 향과 트러플 향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메뉴를 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분당에 근무를 시작하면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1년은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운 좋게도 레슨 때 좋은 코치님을 만나서 기초를 잘 다질 수 있었고, 이후로도 꾸준히 연습했다. 가끔 스크린 골프도 쳤다.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갈 때 하우스 채를 사용했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 하우스채를 보유한 스크린 골프장이 있어서 애용했다. ‘더 라운지 스크린골프‘라는 곳인데, 카카오 스크린이라 골프존을 주로 다니는 분들에게는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깨끗한 시설과 훌륭한 하우스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이기 때문에 모두 만족했다.
대왕판교로에 ‘여수바닷장어’라는 식당이 있다. 가격은 좀 있지만 장어탕이 일품이다. 손님 오실 때 모시고 가면 모두 만족하는 식당이다. 직장에서 단체로 식사를 하게 되면 대부분 이곳이어서, 근무하는 동안 스무 번 이상 갔다. 1층은 홀, 2층은 룸으로 되어 있고 주차 공간도 넓다. 분당에서 근무한 시간을 떠올리면 무조건 생각날 식당이다.
강동에 살기 시작하면서 미용실은 준오헤어로 정착했다. 직모에 두상도 예쁘지 않아서 머리 손질이 항상 곤란했다. 디자이너가 자주 바뀌면 매 번 설명해야 해서 정해지면 미용실을 바꾸지 않는 편이다. 그렇게 준오헤어를 꾸준히 다녔는데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실력이 있어서 손님도 많은 데다 일, 월 휴무라 예약이 힘들었다. 결국 직장 근처에서 미용실을 다니기로 하고 네이버 검색으로 여러 곳을 다녔다. 가격에 비해 만족스러운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찾은 곳이 바로 ‘안나헤어숍‘이다. 너무 늦게 발견해 아쉬울 정도였다. 남자 커트가 3만 원이라 비싼 것 같지만, 실력도 있고 커트 후 두피 케어까지 포함된 가격이라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 특히 두피케어는 10~15분 정도 해 주시는데, 별도 가격이 책정되어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예약이 힘들어 최소한 3~4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아이들 때문에 방문한 장소도 있었다. 방과후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아무것도 모른 채 당근에서 중고 바이올린을 샀다가 낭패를 봤다. 악기나 운동장비와 같은 전문적인 물건은 잘 모르면 오프라인이 나은 것 같다.(물론 테니스라켓 처음 살 때 오프라인에서 재고물품이 마치 인기제품인 것처럼 사기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래서 방문한 곳이 ‘한솔악기’였다. 워낙 친절하시고 아이들 학습용 바이올린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바이올린 2개를 구입했고 수리도 했는데 모르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믿고 방문할 만한 곳이다. 혹시 분당을 떠났지만 아이들 바이올린을 또 구입해야 한다면 멀어도 방문할 생각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너무 좋았던 곳이 ‘정자역 작은도서관’ 이다.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면 성남시에 거주하지 않아도 성남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성남시는 도서관이 엄청 많아서 상호대차(대출하고 싶은 책이 다른 도서관에 있으면 가까운 도서관으로 가져다 줌)를 이용해 원하는 책을 빌릴 수 있다. 작은 도서관이 지하철 역사 내에 있어서 출퇴근하면서 이용했다. 아이들이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어플로 검색해 상호대차를 신청했다. 성남은 도서관이 많아서 최신 도서나 인기 도서도 빌리기 수월한 편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빌려다 주는데 유용했다.
장소를 곱씹어보니 2년간 지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에게 행운이 가득한 시간이었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언젠가 다시 분당에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