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해 도서관에서 책 빌려오기
첫째는 책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우리가 유튜브나 쇼츠를 보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첫째는 책을 손에 잡으면 멈추지 못한다. 책을 보다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 때도 많다. 책에 빠지면 아빠나 엄마가 “책 이제 그만 보고 해야 할 일 해야지!”라고 불호령을 내려도 듣지도 못한다. 어떻게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책 많이 본다고 혼내는 일은 우리에겐 행복한 투정이다. 내심 뿌듯하다.
책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비결을 물으면 꼭 해보라고 알려주는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살고 있는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서 가족 명의로 책을 주기적으로 빌려오는 거다. 자치구마다 다르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강동구는 한 도서관에서 성인은 1인당 7권, 아이는 1인당 14권을 빌릴 수 있다. 4명 가족이라 한 번에 42권까지 대출 가능하다.
대출기한은 연장하면 최대 3주까지 가능하다.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1년에 700권 정도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이렇게 빌려온 책은 아이들이 언제든 볼 수 있게 거실에 있는 이동 가능한 북카트에 둔다.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일단 3주마다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것부터 번거로울뿐더러 42권을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다. 혼자서 고르면 어림잡아 1시간은 걸린다.
어떤 책이 재밌고 아이들이 좋아할지 고민하며 고르다 보면 요령도 생긴다. 책이 낡고 해져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 진또배기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으면 표지가 너덜너덜해졌을까 생각하면, 깨끗한 책이 오히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작가 이름을 보고 고르기도 한다. 제목이 흥미로운 책도 있다. 학습 만화도 좋고, 줄글 책을 읽히고 싶으면 줄글과 그림이 적절히 섞인 책도 좋은 책이 많다. 가끔 내 예상이 틀릴 때도 많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재미없다고 하고, 뭔가 이상했는데 재밌어하기도 한다. 고른 책을 아이들이 재밌어할 때 그 쾌감이란...!
우리는 운 좋게도 가까운 곳에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도 있어서 1인당 5권씩 20권을 더 빌릴 수 있다. 방학 때는 1인당 10권으로 늘려주는 이벤트도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 집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온 82권의 책이 있다.
아내와 난 아이들을 키우면서 도서관 책 빌리기는 무엇보다 잘한 일이라며 서로를 칭찬해 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보시길 권유한다. 혹여 지금은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첫째와 달리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둘째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변하는 과정을 보았기에 시간이 지나면 부모의 노력이 아이에게 스며드는 기적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지금은 책을 보는 시간을 노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되려 부럽다. 나도 책을 더 즐기고 싶다. 그래도 아이들 덕분에 책을 더 읽게 되고, 틈날 때마다 서점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찾아본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꾸준히 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값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