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만 더 무해하게 살아보기 /
22.02.08
왜 아니겠나. 쇼윈도의 새 옷은 남다르게 보이고 입으면 나도 남달라 보일 것 같다. 쇼핑몰의 신상들은 나에게도 모델핏을 실현시켜줄 것만 같다.
10년 전까지 나의 옷에 대한 입장은 ‘끝이 보이지않는 갈망'이었다. 남들 입는 옷이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이고 옷이 마치 입은 사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매 계절, 옷을 두고도 입을 옷이 없다는 소리를 했고, 신상품은 역시 신상품이었으니 이미 옷장의 옷들은 지금 입기에 구닥다리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한편 사고 싶을 뿐 원하는 모든 옷을 살 수 없는 현실은 스스로를 가진 것 없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지금 나는 옷을 ‘갈망'하기보다 ‘실용'적으로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쳐다보지 않고 실제 입는다. 아마도 옷에 대한 태도는 지금 입고 있는 것에 대한 만족과 자신감이 갈망보다 우위에 섰고, 필요에 따른 선택이라는 주체성이 생겨나서인 것 같다. 그러면서 서서히 새 옷을 거의 사지 않은 지 수년이 지났다.
이미 가진 옷으로도 충분했다. 쇼핑몰을 들락 걸렸지만 사지는 않았다. 사지 않고도 마음이 빈곤해지지 않았다. 필요하지 않아서이다. 되려 가진 옷을 물물교환으로 정리했다. 필요한 옷이 있으면 온라인 중고마켓이나 헌 옷을 잘 관리해 파는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했다. 새 옷을 살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나에게 신상을 안겨주었다.
‘갖고 싶은 건가, 필요한 건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답은 명확해졌다. 물론 갖고 싶어 미치겠다 싶은 옷도 있다. 며칠이 지나도 같은 마음이라면 여유를 부려도 괜찮겠지만 대부분은 머릿속을 떠날 때가 많았다.
이번 설에 시누이가 새 플리스 재킷을 주었다. 고맙게 받기는 했는데 평소 입고 지내는 플리스 재킷이 있었다. 안 입어도 가지고 있고 싶은 마음이 한편 있어 며칠을 두었다. 아 저렇게 또 옷장을 차지하고 있겠구나. 필요할 때 새것이듯 헌것이든 사기로 하자. 그렇게 종종 이용하는 온라인 물물교환 공간에서 플리스와 필요한 것을 교환했다.
올 겨울 내내 안 입고 지나가는 옷장 속 옷들이 꽤 있다. 사고 싶은 옷은 있었지만 필요한 옷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 경계를 현명하게 잘 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