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소생

/ 조금만 더 무해하게 살아보기 /

by 밀품


22.02.09

나는 두 번째 발가락이 길다. 그래서 양말을 신다 보면 두 번째 발가락 즈음에 구멍이 잘 난다. 먼저 닳아 슬슬 속살이 보이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신발을 벗으면 뽕하고 뚫려있기 마련이었다.




언제부턴가 양말을 꿰매 보기 시작했다. 버리는 데 가책만 없다면 새로 사신는데 부담 없는 것이 양말일 텐데 어느 때부터 손톱보다도 작고 작은 구멍 하나에 넓디넓은 남은 면을 쓰레기로 만드는 것에 가책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3분이면 구멍을 메울 수 있다. 그렇게 양말을 소생시키면 꽤 오래 신었다. 지금까지는 같은 양말을 두 번 꿰맨 적은 없었으니 소생 비용이 제로인걸 감안하면 가성비, 가심비 모두 뛰어나다는 결론이다.



양말을 꿰매다 보니 든 생각이 있다. 구멍 난 양말을 발견하면 늘 즉시 꿰매지 않고 오래 접어 둔다. 다음에 꿰매야지 하고. 당장 신을 양말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귀찮은 마음이 더 크다. 당장 바늘을 들면 5분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일인데 늘 이렇게 미룬다. 예전처럼 발견 즉시 쓰레기통으로 직행해 버린다면 몇 초도 걸리지 않는 아주 간편한 일이지만 그에 비하면 5분은 긴 시간이다. 5분마저 할애하기에는 귀찮은 거다. 분리수거와 같은 일상의 행동들을 돌아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바뀌지 않는 습관들이 많은 것 같다.




나의 양말에게 몇 번의 소생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이 글을 쓰며 다음에는 구멍을 발견하는 즉시 꿰매 보자고 생각한다. 귀찮음을 넘어 습관으로 발전시켜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