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종이를 생각했다

/ 조금만 더 무해하게 살아보기 /

by 밀품


22.02.22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종이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봤다. 이유는 글을 쓰려니 조금 막막해서이고 그 막막함은 종이가 최근엔 나에게 이슈가 아니었구나 생각되어서다.




자원을 아끼고 낭비하지 말자 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고 가장 발 빠르게 실천했던 것이 종이를 아껴 쓰는 것이었다. 출력을 줄이고 이면지를 사용하고 빈 쪽은 메모지나 노트로 재활용하고 필요하다면 재생종이를 사용한 굿즈들을 구입하고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으로 일터와 집에서 사정에 맞춰 가능한 그러려고 신경을 썼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닐과 플라스틱, 음식쓰레기, 기후에 관심의 무게가 쏠린 것은 생활 전반에 더 밀접해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일단 휴대폰과 휴대하기 좋은 디지털기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종이 사용이 부쩍 줄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메모도 종이보다는 휴대폰에, 책을 읽다 멋진 구절이 나오면 노트북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 또한 휴대폰에 메모를 남겼다. 작년까지 일을 할 때는 기획안도 회의록도 제안서도 PT자료도 모두 구글 문서와 프레젠테이션으로 작성하고 공유하고 결재를 받았다. 그나마 개인적으로 일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노트에 남겼는데 올해는 일도 쉬고 있으니 펜 잡는 법을 잊지나 않을까, 안 그래도 악필인데 이러다 한 획조차 구불거리며 그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필요해서 선택적으로 종이를 찾는 일이 정말 줄었구나.




그러는 순간 창고의 종이 분리수거함이 떠올랐다.

‘그런데 버리는 종이가 왜 이렇게 많이 모이지?’

한데 모아서 버리고 있는 종이들은 크건 작건 박스들이 대부분이다. 택배 상자들과 공산품들을 싸고 있는 작은 상자들. 오늘은 맥주를 사고서 나온 종이 번들을 보탰다.




아마도 종이가 최근엔 관심 밖이었다는 정도의 인정이 스스로 필요했나 보다. 종이가 태초부터 종이가 아니라는 건 두말 필요 없으니 비닐이건 플라스틱이건 미세먼지건 온난화건 지구에 조금만 더 무해했으면 하는 어느 것과도 서로 무관하지는 않을터. 나의 일상에서 종이가 어떻게 흘러들어 흘러나가는지 관찰해봐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