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만 더 무해하게 살아보기 /
22.02.23
몇 년 전 일을 할 때 분리수거를 팀이 돌아가면서 맡아했다. 어느 날은 김밥을 포장해서 먹은 누군가가 김밥 포장상자를 종이로 분리수거를 했다. 김밥 상자는 다름 아닌 비닐로 종이를 코팅해 습기가 스미지 않도록 만든 반들반들한 종이상자였다. 보통은 종이로 착각하기 쉽고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러니까 종이 분리배출을 잘 모르고 해왔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동료는 코팅된 종이는 일반쓰레기라는 것을 알려줬다. 음식물을 닦았다 하더라고 말이다. 종이로 분리배출을 하려면 코팅을 벗기면 가능하다며 코팅 벗기기를 시도했다. ‘아하.. 이렇게’ 하지만 곧 ‘이걸 매번 어떡해, 그냥 버리던가 안 먹고 말지'
이때부터 코팅된 종이가 구분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집으로 들어오는 종이 중에 코팅된 종이가 상당했다. 뭐냐면 대부분이 남편의 택배 상자에 실려오는 영양제나 화장품 디지털 소품들처럼 비교적 작은 상자들이 그렇다.
얼마 전에도 코팅만 없다면 멀쩡히 종이로 분리할 것을 쓰레기봉투에 넣으려니 영 기분이 찜찜했다. 코팅을 벗기려면 시간이나 노력이 크게 들지는 않는데 귀찮다. 한 번에 싹 벗겨지는 쾌감이라도 있으면 재미라도 안겨줄 텐데 이게 또 벗기다 끊기고 벗기다 끊기고 손톱 끝과 밀당을 한단 말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벗기면 5분도 안 걸리겠지만 그러기 귀찮은 게 문제다. 애초에 코팅 상자를 안 쓰면 좋겠지만 쓰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보이콧할 의사도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선택일 뿐이었다. 코팅을 벗기던지 그냥 버리던지.
버려지는 코팅종이에 눈감고 외면하던 것이 신경 쓰여 벗겨봤다. 수차례의 손톱 끝과의 밀당을 차분히 견디고 코팅 탈출을 완성했다. 그리고 당당히 종이로 분리했다. 종이가 당당할 리 없다, 버리는 내 마음이 걸릴 것 없이 그랬던 거겠지.
어떤 때는 잘하는 짓인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의미한 짓에 소모적인 건 아닌지 말이다. ‘분리수거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테마로 SNS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만큼이나 나는 오해하고 헷갈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업에서 출고되지 않는 것만큼 확실한 최선은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조금 소모적이어도, 크게 유익하지 않더라도, 대단한 실익이 없어라도 코팅을 벗기고 있는 스스로에게 회의적인 것보다 낫다는 건 확실했다. 고로 나는 또 이 밀당을 마땅히 즐겨야겠지?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