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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Jul 11. 2022

이제서야, 믿습니다

봄의 씨앗들에게 감사를

22.04.12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믿음인 것 같습니다. 모든 존재가 나름의 인연으로 나름의 최선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니 결과는 그럴만한 것이지 않을 수 없고, 잘 됐다 못 됐다 평가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3월, 내가 심은 씨앗들은 제발 다 싹이 트길 바랬지만 다 그렇지 않았고, 싹이 안 날 것 같은데라며 비관했지만 싹을 틔웠습니다. 나의 바람과 비관에 상관없이 씨는 그럴만한 조건에 있는 것은 싹을 내기 시작했고, 그렇지 못한 것은 싹을 내지 못했습니다. 나의 마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입니다. 하등 쓰잘 떼기가 없는 짓으로 나를 소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나와는 관계가 없구나, 네가 싹을 내는 것은!'




나는 내가 그것들에 관여할 수 있다고, 좌지 우지 할 수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그래서 늘 기대하고 바라고 욕심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잘 된 일, 잘 못된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내 기대되로 되면 잘 된 일, 그 반대는 잘 못된 일. 내가 관여할 수 있었는데 잘 못되니 후회하고 탓을 합니다.

네가 잘 못했으니 니탓

상황이 바뀌지 않으니 상황 탓

내가 이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며 내 탓




그런데 근본적으로 잘 되고, 잘 못되고 구분할 것이 없었습니다. 씨앗이 싹을 틔운 것이 잘 됐다 잘못됐다 할 일이 아닌 것처럼. 싹을 틔울만한 것은 틔우고, 조건이 안되면 그만인 것을 말입니다.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씨앗들은 물을 마시고 볕을 쪼이고 바람을 맞으며 그저 나름의 준비를 했을 겁니다. 나는 물을 주고 볕과 바람을 쪼이도록 베란다에 내다 놓는 것을 할 뿐이었습니다. 하등에 필요 없는 기대와 비관은 결과에 따라 나를 갉아 먹은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존재의 나름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지금 나라는 존재도 그동안 물을 먹고 볕과 바람을 쪼인 결과라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평가할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스스로에게 기준 이하의 심사를 해온탓에 쪼르라져버린 믿음과 자존감을 사과하는 자세로 정성스레 펼쳐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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