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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Jul 01. 2022

나도 지금이 좋아

22.06.30


둘째를 가지기도 전에  본 것이 마지막인 친구를 4년 만에 만났다. 친구의 아이들 이야기, 남편 이야기, 사십이 넘으면 누가 뭐래도 하게 되는 각자의 건강이야기, 그리고 자기 이야기. 4년 전에 나눈 이야기를 이어 붙이기라도 하듯 그사이 잊은 이야기는 떠올리고 기억하는 이야기에는 덧붙여 서로의 근황을 나눴다. 그러다 친구가 최근 제주도 여행이 어땠는지 물었다. 물론 말할 수없이 좋았음을 나는 여러 문장과 표현들로 기꺼이 전달했다. 친구는 지킬 수 없을걸 더 잘 알지만 말하면서의 설렘만으로 족하다는 심정으로 2025년 5월의 제주여행을 디데이로 던진 것 같았고, 나는 우연히 우리 둘의 여행 일정이 겹쳐 각자의 여행을 즐기다 만나 여행 소회를 나누고 또 각자의 여행을 즐기다가 또 만나 여행담을 나누며 '혼자와 함께'의 즐거움을 만끽해보자며 맞장구쳤다.




그러다 친구가 물었다.

"나는 이제 여럿이 만나고 모이는 게 좋아졌어, 너는 지금 어때"

"나도 지금이 좋아"라고 하고선 물음에 적절한 답이 아닌데 싶으면서 더 하지 못했다. 그리고 더 붙이지 못한 이야기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또렷해졌다.




지금이 좋다는 의미는 그런 내가 괜찮아서다. 이제 불편해지지 않은 게 아니라 여전히 다수의 모임을 선호하지 않는 내가 그래도 괜찮아서다. 난 여전히 혼자가 좋고 둘이 즐겁다. 일 또는 특정한 취미활동과 같이 목적이 뚜렷한 만남들은 어쩔 수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하기를 선택했다면 그냥 나의 소진을 감수했다. 하지만 피로를 초래하는 가급적 다수의 만남은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자리가 흥미롭지 않다는  스스로 인정한다. 흥미로우려 애쓰지 않는다. 어쩌면 흥미로워 보이려고 소진되었다는  맞을지 모르겠다. 어딘가에선 편하게 어디에선 불편하게 그냥 그런 채로 힘들이지 않고 있는다. 피로를 초래한 것은 사실 모임보다는  안에 서였다. 그러니 다수의 모임자리도 피할 이유가 없다. 물론 여전히 불편은 하기에 참석하지 않는 선택을 마음 편히   있는 것은 '내가 괜찮아'지면서 얻은 자연스러운 옵션이 되었다.




불편하지 않으려는데서 소진이 되었다. 그러니 불편함을 그대로 두고 보면 문제가 없었다. 그러니 그 또한 내 할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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