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만 더 무해하게 살아보기 /
22.01.12
수개월 전에 남편과 밥상을 두고 싸운 적이 있다. 이유는 저녁밥상을 앞에 두고 한 남편의 한마디가 불씨가 됐다.
“단백질이 없잖아!”
사실 처음 듣는 말도 아니고, 어쩌면 남편의 퇴근길 첫인사 같은 단골 멘트에 이 날 따라 유쾌하게 받아넘기지 못하고 올라오는 성대로 받아 버린 것이다. 사실 싸웠다기보다는 나의 일방적인 불만의 토로였다. 이렇게 시작된 싸움으로 둘 사이 좀 오래 묵언의 시간을 가졌다.
나도 육류 단백질을 밥상에 올리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나는 채식을 하고 있고 남편은 혈관질환이 있으니 가족건강을 밥상에서 관리하려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나는 ‘옳았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결혼 후 나의 어떤 취향과 선택에도 불만을 이야기하거나 본인의 입장을 강요하지 않았다. 묵묵히 지켜봤고 되려 필요할 땐 지원했다. 이렇게 남편은 나의 것을 존중해주었다. 그리고 본인의 것은 지키고 당당히 요구했다. 그날도 남편은 본인의 취향이 존중받길 당당히 요구했음을 이제야 알았다.
그런데 나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내 것을 강요까지 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아차렸다. 내가 옳고 상대는 틀렸었다. 나도 상대도 각자 다른 취향과 선택 안에 살고 있다는 걸 까맣게 놓쳤다. 나는 남편을 존중하지 않았구나, 오늘 아침 이 생각에 닿으면서 어찌나 남편에게 미안하던지. 이런 일은 밥상 위에서만 있지 않다. 환경실천을 하다 보면 내가 옳다는 큰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나와 같이 행동하지 않는 상대를 나쁜 사람을 만든다.
존중하지 않고 살피지 않은 이유로 지금 나는 지구와 환경을 아주 털끝만큼 위한다면서 그 안에 함께 존재하는 상대는 존중하지 않았구나. 남편의 태도에서 나의 일방적인 모습을 반성하고 존중의 자세를 배웠다. 상대의 것은 존중하고 나의 것은 당당히 요구하는 멋진 남편이구나. 존중의 태도를 한 뼘 더 장착하고 사람도 자연도 지구도 나도 슬기롭게 지켜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