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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Aug 26. 2022

바람



2022년 여름


Touch.

한 여름 텃밭에 부는 바람은 뜬금없다. 그래서 반가움은 몇 곱절. 먹고 크는 게 일인 아이들처럼 여름작물들은 돌아서면 자란다. 풀 메고 사정없이 뻗어나가는 가지들 정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두세 시간은 훌쩍, 웃옷의 목덜미 겨드랑이 가슴팍 등 그리고 바지 허리춤은 땀에 젖어 진해져 있기가 일상이다. 누가 그러라는 것도 아닌데 허리 펴기를 잊은 사람처럼 몰두하게 되는 게 여름 텃밭이더라. 그렇게 뻐근한 허리에 현타가 오고 허리를 펴는 그 순간 얼굴로 불어오는 바람은 꼭 허리 펴길 기다렸다는 듯, 널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그렇게 때와 박자를 맞춰 찾아온다. 젖은 눈가와 콧등을 지나가는 바람은 냉랭하기만한 기계의 것과는 다르다. 얼굴의 굴곡을 더듬으며 미끄러지듯 세심하게 오르고 내리고 감싼다. 너무 차가워 놀라지않게 기분좋은 적당한 온도로 터치한다. 살짝 눈을 감고 그걸 느끼는 건 의지가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흐뭇하게 하늘 향해 고맙다 하지 않을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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