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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Sep 01. 2022

여긴 그래야 돼


2022 여름



틀린 게 다른 게 되는 매직.

올봄 늦게 그리고 급하게 텃밭을 옮기면서 텃밭 임대인과 전화상으로 계약을 하고 지금의 텃밭을 임대했다. 봄에 막상 가보니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퇴비를 줘야 하고 비닐멀칭을 해야 한다는 것. 그동안 해오지 않던 나름의 텃밭 원칙에 어긋났다. 아이쿠. 텃밭 주인아저씨의 원칙의 이유는 이러했다. "다들 비슷하게 수확을 해야지, 그리고 여름에 풀 관리 안되니까 비닐 쳐야 해, 여긴 그래야 돼"  그리고 여름이 왔고 "풀 메고 고랑에 두지 마, 다 벌레나, 저어기 정해진 곳에 버려요, 여긴 그래야 돼" 텃밭 주인아저씨에게 봄부터 여기서는 그래야 하는 지침을 수차례 들었다. 행동에는 나도 엄연한 이유라는 게 있으니 그에 반하는 얘기를 반복해 들으면 싫은 마음은 당연하고 아저씨를 피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반복이란 긍정의 요소가 있으니,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과 태도의 선택지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매번 듣기 싫고 피하고만 싶을 것인지 이로부터 홀가분할 것인지, 바뀔 수 있는 건 나의 태도뿐이다. "아 몰랐어요, 아저씨. 그렇게 할게요" 이 말이 술술 웃으며 나오기까지 나는 내 입장을 우선적으로 말하고 나를 이해하시길 바랬고 나는 아저씨를 수용하려 하지 않았다. 억지로 하려니 보기 싫을밖에. 텃밭 주인아저씨의 세계는 틀리지 않았다. 나와 다를 뿐. 나와 다른 세계를 수용하니 비로소 나는 편안해졌고 나아가 아저씨에게 조언을 먼저 구하기도 했다. 지금 나는 완강한 텃밭 주인아저씨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보면 웃어 인사를 건네고 나는 나와 다른 세계에 적응하며 편안하다. 여기서는 그래야 한다면 그래 보는 거다. 또 그래 봐야 틈이 보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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